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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자취 감춘 태극기…젊은층, SNS로 추모 뜻 전파

손의연 기자I 2019.06.06 16:30:00

현충일 오전, 아파트·원룸촌에 태극기 찾아보기 어려워
국회와 지자체, 태극기 달기 독려 움직임
시민들 "태극기 꼭 달아야 하나…마음이 중요"

현충일인 6일 인천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이날 외벽에 태극기를 내건 집은 한 곳 뿐이었다. (사진=박순엽 기자)


[이데일리 박순엽 손의연 기자] “태극기 게양을 꼭 해야 현충일을 추념하는 건가요?”

현충일인 6일 오전. 인천광역시 한 아파트 단지에는 태극기를 내건 가구가 거의 없었다. 200여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한 동에는 한 세대만이 태극기를 걸어놓고 있었다. 다른 동도 상황은 마찬가지.

3·1절(3월1일)·제헌절(7월17일)·광복절(8월15일)·개천절(10월3일)·한글날(10월9일) 등 국경일과 현충일 등 기념일에 태극기를 내건 세대를 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국기꽂이 설치를 의무적으로 하자는 개정안까지 발의됐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국경일과 기념일을 기억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갈수록 사라지는 태극기…주택구조 변하고 1인 가구 증가해

6일 오전 동작구 내 한 원룸촌에서는 태극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원룸촌을 30분 가량 둘러봤음에도 태극기를 게양한 집은 한 곳 뿐이었다. 원룸에 거주하는 박모(32)씨는 “오늘이 현충일이란 건 알았지만,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면서 “집에서 태극기를 게양해본 건 20년 전 초등학생 시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서모(28)씨도 “창문을 열면 옆 건물까지의 사이 공간이 1m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그 사이에 국기를 걸어놓겠냐”고 말했다.

이렇듯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 가구가 많아진 이유로는 주택 구조의 변화와 1인 가구의 증가가 꼽힌다.

최근 지어지는 주택 중에는 주상복합 건물이나 오피스텔 등이 많다. 발코니를 거실과 방 등 실내공간으로 변경하면서 국기꽂이를 없애기도 하고, 통유리 건물로 지어지는 주상복합 건축물은 아예 발코니가 없기도 해 국기꽂이를 만들 수 없는 경우가 있다.

1인 가구는 태극기를 아예 집에 두지 않기도 한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와 설문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지난 2월 회원 6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집에 태극기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0%에 달했다. 혼자 사는 경우 태극기를 집에 구비해놓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자취를 하는 20대 대학생 이모씨는 “자취방에 태극기를 사놓을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주변 자취하는 친구들 중에서도 태극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충일인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내 한 원룸촌. 빈 국기꽂이. (사진=박순엽 기자)


◇“집 앞에 꼭 달아야 하나요”…젊은 층, SNS에 이미지 올리며 추념

상황이 이렇자 국경일에 태극기를 의무적으로 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주택에 난간을 설치하는 경우 각 세대마다 1개소 이상 국기꽂이 설치를 의무화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주택을 지을 때 국기꽂이 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자는 내용이다. 국기꽂이 설치가 불가능한 공동 주택에는 출입구에 이를 설치하도록 하는 안 등을 담았다.

일부 지자체는 시민들이 각 가정에 태극기를 달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세종특별시, 경기 용인시, 충북 영동군, 경북 봉화군, 강원 태백시 등은 태극기 달기 운동에 나섰다. 지자체들은 조기 게양방법, 가정에서의 태극기 게양 위치, 태극기 구입 및 폐기방법 등을 안내하는 식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집 앞에 국기를 게양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방법으로도 현충일을 기억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태극기 사진과 함께 현충일을 추념하는 글귀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강모(29)씨는 “태극기를 게양해야만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릴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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