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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스마트공장 만들고 나면 공장에 사람 한명하고 개 한마리만 필요하다고 하는데, 저희 회사는 사람 일자리가 오히려 늘었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시화산업단지에 위치한 동양피스톤의 양준규 사장은 ‘스마트공장’의 대표 주자다. 이 회사는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으로 지난해 매출 3815억원을 올린 ‘히든 챔피언’이다. 매출도 단순히 국내에서 올린 것도 아니다. BMW, 아우디, GM,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 피스톤을 납품하면서 수출비중이 80%나 차지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3400만개의 피스톤을 만들었다. 엔진 기통 당 1개의 피스톤이 들어가는데 4기통을 감안하면 850만대에 이 회사의 제품이 들어간 셈이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판매된 차량의 9.5%에 달하는 비율이다.
◇스마트공장 구축해 불량률 최소화
비결은 지난해 구축한 ‘스마트공장’ 시스템이다. 동양피스톤은 지난해 3월 정부의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 기술위원회를 통해 대표 스마트공장으로 선정됐다. 기존에 공장 자동화율은 80%로 특정 제품 생산에 최적화된 시스템에 불과했다. 물론 효과도 있었다. 2010년 대비 2015년의 매출은 50%가 뛰었고, 생산량도 25%가 늘었다. 무엇보다 불량률이 90%나 떨어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설계의 디지털화도 이뤄지지 않아고, 공정별 실시간 모니터링도 별도로 운영돼 공정별로 따로 돌아가는 한계가 있었다. 각 공정별로 나오는 데이터를 함께 모아 분석할 툴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서는 한단계 도약이 필요했던 셈이다.
때마침 정부 지원 사업이 있어 지원했고, 동양피스톤은 스마트공장 사업비 100억중 절반은 정부예산 30억원, 상생기금 20억원을 지급받았다. 우선적으로 로봇제어 자동 주조라인과 유연생산 자동 가공라인 등 공정 자동화에 집중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기 위해 각 공정라인마다 센서를 모두 설치했다. 각 공정에서 나오는 온도, 공정율 등 모든 정보는 관제센터로 모아지고 모든 공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이 갖춘뒤 생산성은 10%가 늘었고, 불량률도 추가로 26%감소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물론 사이버 물리시스템(CPS)을 통한 자동화는 갈 길이 멀다. CPS는 각종 센싱데이터를 사이버공간에서 다양하게 분석해 다시 현실에서 사람 사물을 제어하는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기존의 고정된 중앙제어식 일관공정시스템이 유동분산제어식으로 바뀜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특정 기계가 고장 나면 라인 전체가 멈춘다. 반면 CPS에서는 한 기계가 고장 나면, 부품을 담은 스마트카트는 다른 기계 또는 공정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모든 기계와 부품이 IoT를 통해 통신을 주고받으며 최적의 맞춤형 생산을 하게 되는 셈이다.
동양피스톤은 CPS를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놓긴 했다. 하지만 실제 활용까지는 10년 정도 빅데이터가 쌓여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양 사장은 “동양피스톤은 스마트공장 고도화 직전 단계까지 끌어 올려 놓은 수준”이라면서 “작년 GM에서 보고 갔는데 이 정도면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빠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된다고 반드시 직원 줄지 않아”
공장의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마트공장은 효율성은 높아지겠지만 한편으로는 사라지는 일자리라는 두려움도 안고 있다. 하지만 양 사장은 오히려 스마트공장이 일자리를 더 창출한다고 했다. 지난해만 해도 직원 680명중 20명이 더 늘었다고 한다. 그는 “자동화율이 100%까지 올라간다면 정말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스마트공장으로 만들면서 매출이 늘고, 오히려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면서 “용해, 주조, 열처리, 가공 등 뿌리기업에는 현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고숙련노동자의 노하우를 무시 못하는 만큼 공정이 자동화하더라도 이들이 직접 관리를 하게 된다”고 했다.
중단기적으로 스마트공장이 고용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의 종말’에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강성천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단기적으로는 뿌리기업의 경우 자동화 등으로 작업환경이 좋아지면서 젊은 사람이 오히려 찾아가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서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일자리가 많이 바뀔 가능성이 큰 만큼 재훈련과 교육 등으로 새로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같이 대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