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5] "대표 게임사에 물었다"②글로벌을 위한 조언

김유성 기자I 2015.11.15 12:59:07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치열한 경쟁의 장(場)이 된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한국 모바일 게임은 지상파TV 광고를 위시한 대규모 광고 마케팅이 아니면 국내에서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중소·게임사 입장에서는 신작 내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중국 게임사들의 국내 진출도 한국 모바일 게임사 입장에서는 위협적이다. 자본에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게임사들의 경쟁력 또한 높아지고 있어 국내 시장 수성도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게임 업계에서 나온다.

온라인 게임으로 세계 시장을 놀라게 했던 한국 게임 산업이 이대로 주저 앉아야할까. 한국 모바일 게임의 해법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모바일 게임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넷마블게임즈, 넥슨, 게임빌, 컴투스의 개발 부문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이데일리는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에서 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가상의 좌담회’를 꾸몄다.

이번 ‘가상의 좌담회’ 참여자는 유석호 넷마블에스티(넷마블 자회사) 대표, 김대훤 넥슨지티(넥슨 자회사) 개발총괄본부 이사, 이규창 게임빌 미국지사 대표, 권익훈 컴투스 게임사업본부 본부장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석호 넷마블에스티 대표, 김대훤 넥슨지티 개발총괄본부 이사, 권익훈 게임사업본부 본부장, 이규창 게임빌 미국지사 지사장.
넷마블에스티는 2012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넷마블게임즈의 개발자회사다. 올해 최고 히트작이자 2015대한민국게임대상 대상 수상작인 ‘레이븐’을 개발했다. 레이븐은 출시 3개월만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넥슨지티는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을 개발한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 개발사다. 이달 들어 모바일 게임 ‘슈퍼판타지워’를 시장에 안착시키면서 모바일 게임 기업화를 서두르고 있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1990년대 후반 모바일 게임 전문 기업으로 시작해 10년 넘는 해외 진출 역사를 갖고 있다. 게임빌 해외 지사 인력만 200여명, 해외 거점 수만 12곳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기업중 해외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컴투스는 지난해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워’의 흥행으로 게임 업계 ‘신데렐라’가 된 기업이다. 기존에도 꾸준한 글로벌 흥행작이 있었지만 서머너즈워가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모바일 게임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음은 이들과의 가상 좌담회 대화 두번째 내용이다.

-미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한국과 비교해 어떻게 다른가?

△게임빌 :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 중국과 다른 시장이다. 그 안에서도 다양한 게임이 경쟁하고 있다. 우리처럼 역할수행게임(RPG) 같은 단일의 게임이 유행하는 경우도 없다.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1등 게임이 오래도록 흥행한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과 다른 한가지가 또 있다. 미국은 처음부터 메신저 플랫폼을 통한 게임 마케팅이 존재하지 않았다. 일부 웹보드 게임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유통된 적은 있다. 그렇지만 우리처럼 모바일 메신저용이 따로 나온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일본도 우리처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게임 마케팅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게임 자체만으로 유통되는 게 앞으로의 추세인 것 같다.

△컴투스 : 그러다보니 가장 어려운 게 마케팅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과거 “카카오에만 들어가면 게임 알리기는 문제 없다”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딱 이거다” 할 만한 게 없다. 어쨌든 주요 파트너인 구글이나 애플의 정책을 준수하면서 여러가지 마케팅을 해나가고 있다.

-게임빌하고 컴투스는 10년 넘게 해외 진출의 역사를 갖고 있다. 간단하게 그간의 스토리와 성과를 말해줄 수 있나?

△게임빌 : 미국 시장 진출은 2000년 초반부터 했다. 미국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정도였다. 미국 법인 설립은 2006년부터다. 현재 미국 지사의 직원 수는 60여명이다. 해외 진출은 다른 업체들보다도 앞선 상태로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가장 많은 직원 수라고 자부한다. 미국 지사를 포함해 해외 인력은 200여명 가깝다. 해외 거점 수는 동남아, 미국, 독일 등 포함해 12곳이다. 직원은 현지 인력을 주로 쓴다. 교포 2세도 많다. 지사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는다. 개발은 한국에서 하고 현지화 작업을 한다. 게임 개발은 글로벌원빌드가 기본이다. 기본적으로 지원되는 언어는 14개, 최대 16개다. 미국 시장에서는 앱스토어가 활성화되면서 인정받았다. 처음 우리 게임이 앱스토어 1위를 한 때가 2009년이었다. 그때는 현지 시장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컴투스 : 우리는 2003년 일본과 중국 시장부터 진출했다. 미국 시장에는 2005년부터 갔다. 창업 시기가 컴투스 1998년, 게임빌 1999년인 점을 감안하면 일찍부터 해외에 나간 것이다. 미국 지사 직원 수는 30여명 정도다. 유럽 시장은 이미 진출한 게임빌과의 협업을 통해 진출하고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 시장 이전부터 앱스토어 등 앱마켓을 통한 모바일 게임 유행을 예상했다.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서머너즈워 같은 게임의 성과가 난 것으로 본다.

△게임빌 : 우리 글로벌 네트워크가 잘 알려져 있다보니 해외 진출을 하고 싶은 국내 개발사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유럽이나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우리와 협업을 요청할 정도다.

△컴투스 : 글로벌 시장에서도 빅마켓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않은 국가도 있다. 그런 국가를 염두해두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서머너즈워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유럽이라든가, 동남아에 적극 진출한다면 더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중국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들 중국 게임과 힘든 경쟁을 벌이지 않을까.

△넥슨지티 : 중국 게임 업체들의 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전에 우리가 욕심을 냈던 모바일 FPS(1인슈팅게임)을 중국 텐센트가 성공시킨 것을 봐도 그렇다. 국내 앱마켓 10위권안 들었던 ‘백발백중’이 그 예다.

△컴투스 : 중국 시장은 한국 시장 상황과 비슷하다. 중국 시장도 이미 포화돼 있고 글로벌 진출이 급선무인 상태다. 한국 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지역 게임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야하는지 리서치를 시작했다.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게임빌 : 중국 시장이 우리보다 더 치열한 것은 사실이다. 시장 규모가 조만간 미국을 앞서겠지만 벌써 레드오션이란 말이 그 안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국 시장에서 싸우는 데 굉장히 힘을 많이 빼고 있다. 그래도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는 업체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 글로벌 게임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오픈마켓으로 연결돼 있다. 우리에게도 기회다.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렵다고 하는데 안드로이드만 놓고 봤을 때 그렇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에는 중국 현지업체들이나 한국 업체들이나 동일 선상에서 경쟁한다.

-성공한 게임인으로서 후배 게임 개발자, 스타트업에 전하고 싶은 조언은?

△넥슨지티 : 빠르게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 너무 완성된 것을 고집하기보다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 사실 자체적인 평가는 의미가 없다. 대중의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 대중의 평가를 “너무 부족한 준비 때문에 아직은 멀었다”며 피해서는 안된다. 기본적으로 준비가 됐다면 빠르게 확장시켜나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너무 처음부터 묵직하게 시작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다시한번 강조하겠다. 밖에서 소규모로 시도하게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봐라. 너무 욕심 내지 말고. 회사가 작아서 어렵다면 소규모로 진행하면서 핵심 게임성만 확인해도 된다. 이후 햅력을 통해 게임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다. 우리도 최근들어 ‘슈퍼판타지워’ 게임이 대중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전 모바일작에서 실패를 맛봤다. 두 번이나 된다. 넥슨이나 넷마블도 성공한 게임 이전에 실패한 수많은 게임이 있다.

△넷마블에스티 : 멘토가 중요하다. 선배들을 많이 만나보고 조언을 구해보길 바란다. 2012년 9월 에스티를 스타트업으로 창업해 1년 6개월 넘게 퍼블리셔를 찾아다녔다. 계약이 안돼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다. 부모님 집 담보까지 맡겨가며 회사를 유지하다가 직원들에 “이젠 끝이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그러다 만난 사람이 넷마블몬스터의 김건 대표였다. 김 건 대표의 소개를 통해 방준혁 당시 넷마블 고문을 만났고 투자를 받게 됐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레이븐이 나오는 과정에 있어서도 선배 개발자들의 도움이 컸다. 넷마블의 사옥에서 자회사 대표님들과 상담을 많이 했다. 게임을 만들 때나 회사를 운영할 때 크게 6번의 고비를 겪는다고 한다. 정말 고비때마다 선배 대표님들을 많이 찾아봤다. 그들의 조언은 정말 비슷했다. 레이븐은 넷마블 자회사를 포함해 게임쪽 DNA가 모여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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