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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7시 40분께 2016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지는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광성고등학교에서는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고사장 교문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교문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한 수험생은 어머니와 포옹했다. 모친을 안심시키려는 듯 어머니의 등을 차분히 두드리기도 했다. 경찰들은 교문 앞까지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행을 안내했다.
광성고 교문 앞은 이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숭문고, 이대부고, 상암고, 한성고, 인창고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선 재학생들로 장사진이었다. 북, 꽹과리 박자에 맞춰 각 학교 응원단은 자신들의 고등학교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월드컵 응원전을 방불케 했다. 한 수험생은 불끈 쥔 주먹을 응원단에게 내 보이기도 했다. 아들을 고사장으로 보낸 부모들은 초조한 듯 교문 앞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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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은 “우리 선배들 77명이 이곳에서 시험을 보는데 응원은 20명 넘게 왔다. 학교 지원금과 재학생 모금을 통해 초콜릿과 따뜻한 차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얘들아 선배님 오신다” 소리가 들리자 김 군은 응원전에 다시 합류했다.
오전 8시께가 되자 경찰차를 타고 고사장에 다다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응원단은 예상했다는 듯 “경찰차 온다”는 소리를 연발했다. 이날 수학능력시험 고사장 입실은 8시 10분까지다. 8시 10분께 지각한 수험생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미리 닫힌 교문을 다시 열고 들어갔다. 입실 마감시간이 한참 지난 8시 20분께 경찰차를 타고 고사장에 도착한 이도 있었다. 각 학교 응원단은 누구의 선배인지를 따지지 않고 그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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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입실한 후에도 교문 앞을 지키던 학부모 한혜정(52·북가좌동) 씨는 “아들이 이대부고에 다닌다. 항상 하던대로 시험을 치러줬으면 좋겠다. 긴장하지 않고, 찍는 답도 다 정답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 이상 고사장에 나타나는 수험생이 없자 각 학교 응원단들은 교문 앞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숭문고 학생 15명은 교문을 향해 절을 올리며 선배의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고마워요.” 학부모들의 격려도 이어졌다. 응원단은 떠났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여전히 교문 앞을 지켰다.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제법 바람이 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