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반격!K스토리]②유럽 사극·편견과 싸우는 다윗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양승준 기자I 2013.06.05 13:35:35

고전 및 역사 다룬 뮤지컬 제작 잇따라
''살짜기 옵서예'' ''글루미데이'' ''해를 품은 달'' 등
전통 현대적 해석 및 투자난관 숙제도

K스토리를 소재로 제작돼 올해 무대에 오른(를)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사진 맨 위=CJ E&M) ‘해를 품은 달’(가운데=쇼플레이) ‘아리랑-경성 26년’(아래=대구국제뮤직페스티벌).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심청이 환생하고 배비장이 춤을 춘다. 케케묵은 책 속이 아니다. 서양에서 태어난 뮤지컬 속 한국적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다. 고전에서 역사적 인물·사건까지 이른바 ‘K스토리’가 뮤지컬에 두루 활용되는 추세다. 전통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판타지 사극도 뮤지컬 소재로 인기다.

K스토리를 활용한 창작뮤지컬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올초 ‘살짜기 옵서예’ ‘날아라, 박씨’(2~3월) 등을 시작으로 ‘해를 품은 달’ ‘글루미데이’(6월~) 등이 연달아 올 상반기에 새로 무대에 오른다. ‘선피쉬’ ‘아리랑-경성 26년’ ‘왕을 바라다’ 등은 제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관객들과 먼저 만난다. 계발 중인 작품도 여럿이다. ‘스타춘앵’(신시컴퍼니), ‘성균관스캔들’(이다엔터테인먼트) 등은 현재 각 제작사에서 ‘창작 모내기 작업’ 중이다.

지난해 K스토리를 바탕으로 창작된 공연은 ‘이육사’와 ‘인당수 사랑가’ 정도. 이를 고려하면 K스토리 활용에 대한 공연계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소리다. 이는 해외 라이선스 위주의 공연풍토에 이는 새 바람이다. 포장에서 속까지 K마크를 단 K뮤지컬의 반격이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스쿨 책임교수는 “뮤지컬의 한국화 과정”이라며 의미를 뒀다.

뮤지컬계 화두는 창작이다. 대형 수입 뮤지컬이 공연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에 대한 ‘뮤지컬 독립’의 목소리가 높다. 이 과정에서 제작자들은 K스토리에 눈을 돌렸다. 이야기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소재라서다. 뮤지컬의 중심은 음악이다. 연극과 달리 노래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때문에 이야기가 낯설면 관객들이 쉽게 줄거리를 따라가지 못한다. 대신 정서적 공감대가 넓은 K스토리를 활용하면 창작이라 해도 낯섦을 지울 수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전통의 친숙함과 무대적 신선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40~50대가 ‘공연계 큰 손’으로 떠오른 점도 한몫했다. K스토리는 4050이 공감하거나 추억에 젖기 좋은 소재다. ‘살짜기 옵서예’는 이들의 호응을 발판 삼아 두 달 동안 4만여 관객을 모았다. 15년 넘게 공연기획일을 해 온 A씨는 “40대 이상 관객을 끌어모으지 못하면 대극장 흥행은 어렵다”며 “대중문화에서 인기인 복고 코드 활용 차원에서 전통 소재 활용을 고민하는 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스토리를 활용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옛 이야기를 관객의 입맛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일이 숙제다.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을 무대에 올릴 손성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전통성을 고수하면서 이를 현대적 무대언어로 살리는 일이 어렵더라”며 “특히 한국 전통음악은 음계가 서양음악 문법과 달라 조율하는 일이 과제”라고 고충을 전했다.

전통을 활용한 뮤지컬을 바라보는 편견도 걸림돌이다.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해를 품은 달’처럼 원작 성공전례가 없는 작품은 민간투자가 쉽게 붙지 않는다. ‘명성황후’를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뮤지컬이 드문 것도 큰 이유다. 고전을 소재로한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한 제작자는 “투자뿐 아니라 배우들 섭외도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배우들이 창작뮤지컬에 대한 위험 부담을 이유로 출연을 꺼리는데 전통 소재는 거부감이 더하다. 공공극장이 아니면 대관도 어려운 게 K스토리 뮤지컬의 현주소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