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집값 상승을 이끌던 강남 재건축 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했다.
◇ 강남 재건축의 `굴욕`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와 개포지구 마스터플랜 발표 등 호재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이달 들어 되레 0.6% 하락했다.
이미 오를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위례신도시 보금자리 분양과 경기회복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매수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건축발 집값 상승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달 초 안전진단 통과 당시 102㎡형이 10억원의 시세를 보이다 현재는 9억8000만원 가량으로 2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한두달 사이에 최대 1억원까지 가격이 떨어져 11억5000만원의 매물이 나와있는 상태다.
가격 하락에도 거래는 극히 부진한 상태다. 잠실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급매물이 나와도 문의가 없고 매도자들도 가격 격차가 커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이달 둘째주 이후로는 아예 문의가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강남권 재건축 약세가 지속되면서 노원과 도봉 등 서울 강북권은 물론 신도시와 수도권 아파트값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목동 아파트값도 이달 들어 0.01% 소폭 하락했으며 분당은 0.10% 떨어졌다. 분당 시범단지 삼성ㆍ한신아파트는 108㎡가 올해 초 6억4000만~6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6억원선에 매물이 나와있다.
여의도 지역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올해 초까지 강세를 보였지만 이 역시 최근에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현재는 전반적으로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여의도도 상승세를 멈춘 상태"라며 "수요자들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고 특히 담보대출 규제 때문에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중대형 `찬밥`..중소형 급매물만 팔려
매매시장은 중소형과 중대형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중소형은 시세보다 10~20% 낮은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중대형은 거래가 없어 매물만 쌓여 가는 상황이다.
강남 대청중학교 인근 대치동 선경2차 전용면적 127㎡는 19억원 이하의 급매물부터 21억원까지 매물이 꾸준히 나오지만 거래가 전무한 상황이다.
반면 대치동 미도 84㎡는 올해 들어 11억6000만~12억원에 거래가 6~7건 성사된 후 현재 비슷한 가격인 11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는 상태다.
중소형 아파트가 모여있는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는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하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4호선 노원역 인근 상계주공 3단지는 지난 1월 전용면적 59㎡가 2억8500만원에 거래된 후 현재 2억9500만원에서 3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매물도 2~3개에 불과하다.
반면 인근 중대형은 고점 대비 20%가량 가격을 낮춘 매물도 팔리지 않는 등 여전히 싸늘한 분위기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분당은 중대형 위주로 호가가 뚝뚝 떨어지는 등 아파트값 조정이 크다. 서현동 시범우성 155㎡는 지난달 말까지 9억원에 매물을 내놓던 집주인들이 이달 들어 7000만~8000만원 내린 8억3000만원~8억2000만원으로 호가를 낮췄다.
반면 같은 단지 85㎡는 올해 초 5억1500만원에 거래된 후 5억2000만원 전후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 거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