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기자] 다음달 1일부터 32평형 아파트, 금반지 1돈, 허리 사이즈 28인치 청바지 등 비법정 계량단위 사용이 금지된다.
특히 이같은 비법정 계량단위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벌금까지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놓고 기업이나 영세상인, 소비자들까지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시행 시기는 다가왔지만, 비법정 계량단위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어디까지 규제하고, 어디까지 처벌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가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이나 상인, 소비자들이 느끼는 궁금증과 그에 대해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답변을 정리해본다.
1. 왜 비법정 계량단위를 쓰지 못하게 하나.
말 그대로 비법정 계량단위인 만큼 현행 법상에 이같은 계량단위들을 쓰지 못하게 돼 있지만, 그동안 무려 46년간이나 관행적으로 써왔다. 국제적으로 미터법이나 킬로그램 단위가 공인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면서 이같은 비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들 단위에 대해서는 국내 일반인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전혀 인식하지 못해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평이나 돈은 우리의 전통 계량단위도 아니고 일제시대에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우리의 전통 단위를 말살하고 우리 땅 등을 빼앗기 위해 일본이 대중화시킨 것이다.
2. 갑자기 이런 단위를 규제하면 혼란이 크지 않나.
과거에도 거리를 나타내는 `리(里)`나 부피를 나타내는 `되`, `홉` 등을 미터법 등으로 전환하면서 이런 우려가 나왔지만, 전환 과정에서 큰 혼란이나 문제가 없었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에서부터 미터법으로 교육을 받아온 만큼 법정 계량단위가 오히려 쉽게 일반인들에게 와닿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32평형이라고 하면 넓이가 막연하지만 좌·우 길이가 각각 10m인 공간이라고 하면 더욱 구체적이다. 여의도 면적도 흔히 86만평이라고 하는데, 이를 가로 4km, 세로 2km로 표기하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3. 다음달 1일부터 곧바로 단속에 나서나.
정부는 한국계량측정협회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다음달 1일부터 비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다.
다만 금은방 등 영세상인들에 대해서는 단속하지 않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해서만 우선 단속에 나선다. 단속대상이 되는 계량단위도 일단 `평`과 `돈` 2가지로 한정할 예정이다. 이후 단속효과를 보고 다른 계량단위에 대해서도 단속 여부를 결정한다.
영세상인들에 대해서는 홍보를 통해 계도하고 관련 단체나 협회를 통해 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4. 앞으로는 아파트를 아예 `평`으로 표시할 수 없나.
장기적으로는 `평`을 `제곱미터`로 바꾸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적어도 2010년까지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나란히 병기하지 않는 한 평형으로 부연 설명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30평형 아파트라면 모델하우스나 분양 광고지에 100㎡로 표기하도록 하되 광고지 아랫부분 등에 "100㎡는 과거 30평형에 해당됩니다"는 문구나 환산 표를 넣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5. 7월1일 이전에 만들어 놓은 제품이나 홍보물에 있는 비법정 계량단위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단속은 7월1일에 새로 만들어지는 제품이나 홍보물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따라서 이 이전에 만들어진 것들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6. 골프장에서 쓰는 `야드`나 옷에 표기되는 `인치` 등도 다 바꿔야 하나.
기본적으로는 예외일 수 없다. 옷에 쓰이는 `인치`는 미터법으로 바꿔야 한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단속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계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아울러 골프장에서는 사용되는 `야드`나 볼링장에서 쓰이는 `파운드` 등 법정 계량단위는 아니지만, 국제적인 관례로 사용되는 단위는 당분간 미터나 킬로그램 등과 병행 표기를 할 수 있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미터법이 통일될 때까지는 이를 허용하겠다는 생각이다.
7. 식당에서는 `고기 1인분` 등도 쓸 수 없나.
`근`은 사용할 수 없지만, `인분`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괄호 내에 `1인분은 100g`과 같이 중량을 함께 표시해줘야만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대형 식당을 중심으로 이같은 계도활동을 하고 있는데,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복지부의 계도나 관리를 더욱 독려할 방침이다.
8. 적발에 걸리면 벌금은 얼마나 내야 하나.
적발시 내야하는 과태료는 50만원으로 규정돼 있다. 다만 5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적으면 25만원, 많으면 75만원까지도 부과할 수 있다.
9. 단속에 처음 걸리면 곧바로 벌금을 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우선 적발되면 `비법정 계량단위를 30일 이내에 바꿔 달라`는 내용의 지도장을 발부한다. 30일까지 수정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장 명의로 정식 경고장이 나간다. 여기서도 30일까지 시정 기간을 준다. 그래도 시정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된다.
10. 복덕방이나 금은방 등이 자발적으로 바꿀 유인은 있나.
복덕방들은 의무적으로 중개사협회에 가입하도록 돼 있는데 협회에서 법정 계량단위 사용에 찬성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상에는 아파트 넓이가 미터법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 계약서는 평형을 쓰고 있어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금은방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깃집에서도 그램법을 쓰면 과거에 얹어주던 `덤`이 사라져 판매자에게 더 유리해진다. 특히 소비자들의 인식이 전환될 경우 금은방들도 자발적으로 바뀐 제도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