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vs. 델 `성역없는 전쟁`

전설리 기자I 2007.06.05 13:32:43

`1위 탈환` HP, 성공 비결은 소매점 공략
"왕좌 되찾겠다" 델의 부심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델이 승승장구하던 시절, 휴렛패커드(HP) 투자자들은 PC 시장에서 당장 발을 빼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HP는 PC 시장에서 보란 듯 눈부시게 부활했다.

반면 PC 시장에서 3분기 연속 선두 자리를 내어준 델. 몸이 달았다. 한 때 자신을 절대강자 반열에 올려줬던 직접 판매를 포기하고 소매점 판매에 나섰다. HP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성역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PC 왕좌 자리를 두고 HP와 델이 벌이고 있는 치열한 전쟁을 소개했다.

◇HP 1위 탈환의 역군 `토드 브래들리`
 

HP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허드는 PC 시장에서 발을 빼라는 투자자들의 아우성 속에서 토드 브래들리(사진)를 기용했다.

당시 HP는 델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직접 판매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었다. 수익성은 형편 없었고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칼리 피오리나 CEO 시절 HP는 델의 저가 전략을 따라잡기 위해 PC 가격을 후려치고,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브래들리는 전략 수정에 착수했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유통채널 변경. 직접 판매는 승부수를 띄울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게 브래들리의 판단이었다. 그는 델의 존재감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HP가 전통적으로 우위를 점해왔던 소매점을 공략하기로 했다.

브래들리는 먼저 소매상인들과 협력을 강화했다. 터치 스크린 PC 등을 보기 좋게 진열하고 프리미엄 가격을 제공했다. 특정 소매점에 독점적인 디자인의 PC를 공급함으로써 차별화된 판매 전략을 구사하도록 격려했다.

마케팅 전략도 강화했다. PC 사업부의 독자적인 마케팅 조직을 꾸리고 새로운 광고를 제작,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단순히 PC의 성능과 가격을 나열했던 기존 광고에서 탈피, 힙합 스타 `제이 지`,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 등을 광고 모델로 전격 기용했다.

아울러 새로운 인재를 발탁, 상품 라인을 개혁하고, 생산 공정의 효율화를 추진, 영업 마진 확대를 꾀했다. 덕분에 HP의 영업이익률은 1년만에 3.6%에서 4.8%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델의 영업이익률은 6.7%에서 6.5%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드디어 HP는 델을 제치고 PC 왕좌에 올랐다. 이후 지난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델을 따돌리며 자리를 지켰다. 미국 시장 평정에 성공한 HP는 이제 시선을 세계로 돌리고 있다. 브래들리는 최근 인도와 중국 소매업체들을 만나며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유통 공룡`과 손잡은 델..통할까   


델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유통 마진을 뺀 가격에 컴퓨터를 직접 판매하면서 설립과 함께 PC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더 이상 델의 전략이 시장에 먹히지 않고 있는 게 사실.
 
업계의 흐름이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대량 구매에서 개인 구매로 변하면서 직접 시험해보고 PC를 살 수 없는 델의 판매 방식은 미국인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델은 전략 수정에 착수했다. 창업자 마이클 델을 다시 데려오고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또 직접판매 포기 선언과 함께 유통공룡인 월마트와의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

델은 오는 10일부터 월마트와 샘즈 클럽 3500개 이상의 지점에서 데스크톱 모델 2종을 선보인다. 내달에는 댈러스에 첫 소매점을 개설하고 소비자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밥 피어슨 델 대변인은 "HP를 비롯한 경쟁자들을 모든 면에서 공략할 것"이라며 "2라운드를 위한 벨이 울렸고, 벨소리는 직접판매와 간접판매를 망라하는 모든 유통채널에서 울려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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