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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日 반도체 산업-AWSJ

김태호 기자I 2001.11.12 13:59:24
[edaily] 과거 일본 첨단 산업의 핵심이었던 반도체 산업이 이제는 일본 전자 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일본의 상위 5개 반도체 기업은 올해 상반기 총 36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도시바와 NEC, 미쓰비시, 후지쯔, 히다치는 실적의 전망이 과거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으며 올 회계연도에 총 순손실이 8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일본 뿐만은 아니다. 전세계 반도체 산업이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과열 후 거품이 걷히는 사이클은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일본 반도체 산업의 실질적인 문제는 이것과 관계가 없다는 데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NEC의 마쓰모토 신게오 이사는 "실적이 나쁜 이유는 계절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반도체 경기가 호황일 때 인텔과 같은 대형 회사들은 산업 전반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으며 자기의 제조 공장을 갖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PC 업체들이 인텔 칩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탄탄한 상태다. 반면 엔비디아 같은 회사들은 디자인 부문에 주력했으며 제조는 대만반도체에 아웃소싱했다. 파운드리라고 불리는 대만의 반도체 회사들은 또 다른 수익모델을 제공한 셈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이들 중 어떤 모델을 택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면 대답하기는 어려워진다. 리먼브라더스의 스콧 포스터 연구원은 이점을 지적하며 "일본 칩 제조업체들이 생존하기는 정말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것은 일본 반도체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제조 공장을 폐쇄하기 시작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더 가속될 전망이다. 도시바는 독일의 인피네온과 메모리 칩 부문 합병 협상을 진행중이다. NEC는 반도체 부문 직원의 3분의 1을 정리했고 히다치와 메모리 칩 부문의 제휴를 단행했다. 80년대 일본의 칩 제조업체들은 제조 부문에 있어 막대한 투자가 가져다 주는 결과를 한껏 누리며 인텔을 D램 시장에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한국 기업들의 진입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은 특화된 칩에서도 주요 흐름을 잘못 읽었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의 부각이 그것이다. 대만은 기술개발을 통해 기술 면에서는 일본과 동등해졌고 가격은 더 낮아졌다. 일본도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인하를 시도했으나 가동률이 낮은 자사 제조 공장의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일본 기업 특유의 관료제는 비효율적인 부문의 폐쇄를 더디게 만들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칩 제조업체들이 93년 이후 가장 낮은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근시안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올해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수요가 되살아나면 비용감소와 기술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은 상위 다섯개 업체뿐만 아니라 군소 기업들도 생산설비 과잉으로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려는 대기업은 없다. 미쓰비시 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의 손실로 인해 다른 부문까지 타격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 확대를 전망하며 칩 부문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일본 반도체 업체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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