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을 열자 9시 30분도 안돼 12개 대기석이 모두 찼고, 상담 창구에선 ‘삑삑’ 직원에게 창구상담 지연을 알리는 경고음이 들려왔다.
같은날 같은 시간대의 종로구 광화문 인근의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은 대조적인 모습이다. 9시~9시30분까지 방문한 고객은 3~5명 정도로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11시 30분부터 늘어나는 고객들은 12시20분이 되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은행 창구는 6개 중 2개만 운영중이다. 대기시간이 20분, 30분 늘어나면서 점심시간에 식사도 거르고 은행으로 달려온 직장인들은 연신 번호표와 시계를 번갈아보며 초조해했다. 창구를 찾은 한 직장인(40대)은 “지난번에는 40분 기다려서 겨우 업무를 보고 들어갔다”며 “은행 올 수 있는 시간이 점심시간 뿐인데 오전 영업시간이 줄어들면 점심시간때 사람이 더 몰리는거 아닌지 걱정이다. 은행 직원분들도 식사는 하셔야겠지만 창구를 좀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창구를 찾은 고객들의 업무는 주택담보대출 상담, 고액 송금, 카드 현금인출 한도 상향 등 은행을 방문해야 처리가능한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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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직장으로 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합의 내용이다. 은행의 사용자인 고객은 영업시간 단축을 통보받았고, 영업점별 고객 특성이나 밀집도가 반영되지 않은 일률적인 단축이다.
은행들은 오프라인 인프라 축소 비판이 일 때마다 “저녁과 주말에도 문을 여는 탄력점포로 수요를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870개였던 전국의 탄력점포 수는 지난 9월 말 1040개로 170개 늘었다. 이중 탄력점포의 한 형태로 분류되는 고기능 무인자동화 기기가 246개에서 430개로 184개 증가했다. 결국 은행 점포가 890개 사라지는 동안 대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탄력점포 수는 5년 넘게 제자리인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오프라인으로 꼭 처리해야 할 고난도 업무가 있고, 특히 시니어들은 창구에서 금융 업무를 할 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며 “영업시간 단축 결정에 영업점별 특성이나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했는지 은행권에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150016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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