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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모더나사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한·미 백신 파트너십 행사의 일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7~9월)부터 모더나 백신 원액을 완제충전(DP·Drug Product) 방식으로 수억회분 생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 4000ℓ 규모의 바이오 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톱 위탁생산(CMO) 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도 납품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은 아시아의 백신 허브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스푸트니크V·노바백스 백신을 생산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동공장에서 바이러스벡터 방식(아스트라제네카)과 유전자재조합 방식(노바백스)으로. 한국코러스는 위탁생산을 통해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러시아 백신(스푸트니크V)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래 첨단기술로 불리는 mRNA 방식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현재 시판 중인 모든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아시아 백신 생산 허브는 세계 백신의 약 60%를 생산하고 있던 인도였다. 하지만 인도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자국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인도 정부가 백신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계약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백신 공급 확대 전망
다만 비핵심 공정을 맡는다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방식은 DP 방식으로 첨단기술이전이 필요한 원액생산(DS·Drug Substance)이 아닌 단순 병입공정이다. 백신 CMO 공정은 크게 원료의약품(DS) 생산 공정과 완제의약품(DP) 생산 공정으로 구분하는데 DS를 위탁생산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고도의 기술 이전이 전제해야 한다. 미국을 제외하면 현재 세계 3위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인 론자(스위스)가 모더나 백신의 DS를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유주헌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 사무국 총괄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DP 위탁계약 체결을 통해 국내에서 mRNA를 위탁생산하는 기반을 처음으로 갖췄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mRNA 백신을 확보하는 데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바가 모더나 백신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게 되면 3분기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삼바가 생산한 백신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 공급될 예정이다.
모더나 백신의 국내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전체 백신 수급은 다소 원활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11월까지 인구의 70%가 백신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현재 국내에는 정부가 직계약한 화이자 3300만명분(6600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2000만회분) 중 일부가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모더나 2000만명분(4000만회분), 노바백스 2000만명분(4000만회분), 얀센 600만명분(600만회분) 등은 아직 구체적인 도입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혈전 발생 논란 등으로 인해 현재 주력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이 높아 접종률은 지지부진하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8월에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한다면 계약한 2000만명분을 생산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며 “백신 선택권이 다양화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