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조혈모세포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던 중 코로나19에 확진돼 치료에 어려움을 겪던 환자가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의 빠른 판단력과 시스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 무사히 퇴원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A씨(21세)는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HLH)이라는 희귀혈액질환으로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다. 첫 번째 이식에서 경과가 좋지 못해 6월 다시 이식을 받았지만 이식 거부반응으로 인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A씨는, 올해 1월 귀국 후 자가격리 중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확진이 됐다. 지병으로 인한 치료도 필요한 상황에서 확진이 된 그는 1월 12일 수도권 거점 전담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입원 당시 흉부 CT 검사 결과 이미 폐렴이 시작된 상태로,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했지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몸 상태와 맞물려 치료 경과가 좋지 않았다. 입원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코로나19 바이러스 활성도가 감소하지 않았고 폐렴은 계속 악화됐다.
인공호흡기를 다느냐, 마느냐의 상황에 도달했을 때 담당 교수인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가 마지막 수단으로 항체치료제 투여를 결정했다. 그러나 A씨는 식약처가 승인한 항체치료제 투여 대상이 아니었다. 항체치료제 투여 조건 가운데 증상 발생일로부터 7일 이내 투여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항체치료제가 성과를 보일 것으로 확신한 엄 교수는 2월 18일 식약처에 긴급승인을 요청했다. 환자를 살리고자하는 적극적인 병원의 요청에 식약처 또한 하루 만에 긴급승인을 허락하며 환자에게 항체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게 됐다.
결과는 예상보다 극적이었다. 어떠한 치료에도 꿈쩍 않던 바이러스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A씨의 폐렴도 점차 호전되고 열이 내렸다. 호흡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항체치료제를 투여한지 약 2주 만인 3월 5일, A씨는 드디어 격리 해제돼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12일 입원 60일 만에 무사히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
의료진의 정확한 판단력과 빠른 승인을 위한 행정 시스템, 식약처의 적극적인 승인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담당 교수인 엄중식 교수가 항체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등 학술적 토대와 치료 경험을 쌓아 온 노하우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엄중식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통상적으로 4주 이상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A씨의 경우 면역저하로 인하여 바이러스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줄이는 효과를 가진 항체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이 큰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100세 초고령 코로나19 확진자를 비롯해 치매, 당뇨,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중증의 코로나 환자를 완치시키는 등 우수한 치료 성과로 확진자 치료에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확진자 치료 병상을 제공하고 12월에는 중환자 병상 23병상을 포함해 144병상을 제공하는 등 중증환자 거점병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