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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자원개발 멈춰서나…"고유가시대 사전 대비해야"

김형욱 기자I 2020.03.22 18:23:44
한국석유공사가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할리바 광구 전경. 석유공사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진 저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에너지 자원업계가 에너지 자원 생산능력 유지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이 촉발한 저유가 기조가 자칫 자원개발 부문의 중·장기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는 개발동향팀이 작성한 ‘유가 전쟁의 배경과 석유 수입국의 대응’ 보고서에서 현재의 저유가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예측하기 힘든 만큼 고유가시대를 대비한 자원개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년에 곳간이 넘쳐도 농사는 또 지어야 하고 평화 때도 일정 규모 군대는 유지해야 하듯 현 저유가에도 에너지 자원 생산능력과 개발 노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급락하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두바이유 국제시세는 올 1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를 웃돌았으나 2월 이후 급락하며 지난 20일(현지시간) 34.05달러로 1~2개월 새 반 토막 났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 전망 속에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출혈 경쟁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세계 5위 석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선 호재일 수도 있지만 반대급부도 적지 않다. 특히 에너지 자원업계는 국제유가 하락이 곧 수익 하락으로 곧장 이어진다. 현재 진행 중인 자원개발 추진 동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그러나 언제 고유가 상황으로 전환할 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유가의 급등락은 늘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 저유가는 구매자가 주도권을 갖는 구매자 상위 시장(Buyer‘s market)이지만 언제 판매자 상위 시장(Seller’s market)으로 바뀌어 우리나라를 어려움에 빠뜨릴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1970년대 국제유가가 폭등한 ‘오일 쇼크’ 이후 저가 출혈경쟁과 생산량 조절을 통한 가격 끌어올리기를 반복해 왔다. 또 그때마다 국제유가가 요동쳤다. 셰일가스 양산 이후 미국 역시 주요 플레이어로서 작용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는 2010년 이후 10년 동안의 배럴당 25.6달러에서 123.5달러로 다섯 배 남짓 급등락을 반복해 왔다.

보고서는 “2008년 국제유가는 중국·인도의 고속성장에 힘입어 14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2016년엔 3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반드시 몇 차례의 고유가와 저유가 상황을 더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석유 수입국에 유가 변동성은 미래 불확실성이자 위험 요소”라며 “우리가 이 같은 위험 요소를 줄이려면 유가 변동에 압도되지 않고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저유가 상황이 자칫 동해 대륙붕 탐사 작업 등 국내 자원개발 사업 차질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2004년부터 동해 가스전에서 상업생산을 시작하며 산유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동해에서 새 대륙붕 탐사 작업도 시작했다. 또 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을 중심으로 외국 유전·가스전에 대한 투자 규모도 적지 않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거대한 석유 구매자인 만큼 스스로 공급자 역할을 일부라도 담당하는 등 다양한 옵션을 갖고 있어야 산유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 관계를 풀 수 있다”며 “특히 국내 석유·가스전 개발은 비상시 즉각 활용할 수 있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개발 역량과 인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대륙붕 탐사 모습. 석유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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