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전략 선회.."이것저것 말고 하나만 집중"

천승현 기자I 2014.08.05 11:12:05

마케팅·영업 총괄 임원 전격 교체..사실상 문책성 인사
다양한 브랜드 동시 마케팅 접고, 뉴하이트에 역량 집중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하이트진로가 맥주 사업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하이트, 드라이d, 맥스 등을 동시에 내세웠던 멀티브랜드 전략을 포기하고 ‘뉴하이트’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는 이달부터 맥주 사업 부문 영업과 마케팅 총괄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 영업본부장과 마케팅본부장을 역임했던 이성수 부사장과 신은주 상무가 물러나고 이 자리에 각각 이의성 상무와 이강우 상무가 기용됐다.

이의성 상무는 하이트에서 29년 동안 총판채널팀, 유흥채널팀, 가정채널팀 등 다양한 부문의 영업을 담당한 내부 인사다. 이강우 상무는 삼성전자 출신의 외부 인사로 P&G, 한국코카콜라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역임했다.

물러나는 이성수 부사장과 신은주 상무는 그간 하이트진로 맥주 사업의 ‘실세’였다. 특히 신 상무는 광고기획사 출신으로 ‘드라이d’의 론칭을 이끈 핵심 인물이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다양한 맥주 브랜드를 동시에 마케팅하는 ‘멀티브랜드’ 전략을 쓰면서, 결과적으로 마케팅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인사를 사실상의 문책성 인사로 평가하는 이유다.

하이트진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로 1위 자리를 고수했지만 최근에는 예전의 명성을 찾기 힘들다. 오비맥주의 카스에 밀리면서 한때 60%대의 점유율은 30%대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 2010년 발매한 ‘드라이d’의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기존에 몰트 맥주로 호평을 받았던 ‘맥스’의 점유율도 하락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반해 오비맥주는 ‘카스’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면서 골든라거를 ‘세컨브랜드’로 육성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현재 하이트진로가 보유한 맥주 브랜드는 하이트, 맥스, 드라이d, 스타우트, S, 퀸즈에일(블론드, 엑스트라 비터) 등 6개에 달한다.

하이트진로는 앞으로 ‘하이트’를 비롯해 ’맥스’, ‘드라이d’ 등을 동시에 공략하는 ‘멀티브랜드’ 전략을 접고, 지난 4월 발매한 ‘뉴하이트’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스와 드라이d는 각각 강점을 갖는 생맥주 시장이나 젊은층을 공략하는 서브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펼칠 공산이 크다.

뉴하이트가 발매 이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난 6월 대형마트에서 뉴하이트의 점유율은 30%대 중반으로 두 달 전보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도권 업소시장에서 뉴 하이트의 취급률은 6월말 기준 77%에 달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뉴하이트의 선전을 바탕으로 맥주시장에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며 마케팅 전략의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인적쇄신을 통한 조직변화를 꾀했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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