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가치 상승은 우리 경제 선진화 과정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경상수지가 12개월째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시장 역시 외국인 자금 유입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는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등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채권시장 역시 최근들어 중앙은행·글로벌 펀드 등 안정적 자금 유입이 시작되고 있다.
반면 일본 경제는 고령화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실제 최근 일본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배경에는 고령화에 따른 경제 체력 약화가 자리하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00% 수준까지 와 있는 재정적자 역시 고령화로 세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성장 걸림돌로 제기되고 있다.
연구원은 현재의 원고·엔저는 추세적인 흐름이 전환되는 출발점이라고 판단했다. 단기적으로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엔-원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적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원화 가치가 엔화에 비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환율이 각국 물가수준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구매력평가(PPP) 환율에 따라 예상한 장기적 엔-원 환율은 100엔당 77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만약 최근과 같은 엔-원 환율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2015년에는 시장환율이 구매력평가환율 수준에 근접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1970년 당시 일본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 높아진 제조업 경쟁력, 해외투자자의 신뢰도 상승이 플라자합의 당시의 일본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당시 달러당 240엔이었던 환율은 1987년말에는 달러당 120엔 수준까지 급등했다.
다만 플라자 합의 무렵 엔고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비밀합의라는 정치적인 트리거가 있었던 만큼 급격한 원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했다. 향후 원화는 조정과정을 거치며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원화 강세기에 환헤지로만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가격의존도를 줄이고 제품경쟁력을 높여 원고·엔저에 대한 기업 대응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정책 당국이 장기적 원고추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국 통화가 상승하는 시기에 기업들이 해외 생산 비중을 늘려가면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제조업 이탈 충격을 완화할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