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회사인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철의 장막’ 북한을 방문해 주목된다. 슈미트 회장은 구글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가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자격보다는 그가 북한에 들고간 보따리와 앞으로 들고올 선물에 더 쏠려 있다.
슈미트 회장의 방북 소식이 전해지자 벌써 북한 인터넷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학교 컴퓨터 보급과 공장 자동화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구글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만큼 앞으로 북한에서 어떤 사업을 벌일지가 더 주목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구글은 한반도와 인연이 깊어 보인다. 구글은 한때 국내에서 인터넷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가 논란을 빚을 때 유튜브의 국가 지정을 바꾸는 식으로 규제를 피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방향을 바꿔 방송통신위원회와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벤처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고, 중소 상공인들을 위한 웹 비즈니스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시민단체와 학계가 추진 중인 가칭 ‘오픈 웹 재단’에 5년간 1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여기서 구글이 한반도의 인터넷 생태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배경이 궁금해진다. 지난해 방한한 데이비드 드러먼드 구글 수석부사장은 “한국은 인터넷 혁신의 중심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인터넷 개발자가 늘고 IT 생태계가 튼튼해지는 일이 구글이 성공을 거두는 데 기반이 된다는 얘기다. 구글은 이 같은 개방과 상생의 이미지를 활용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싸이 열풍으로 다시 주목받은 유튜브나 LG유플러스(032640)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통신사 가입형 구글 TV(u+tv G)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이 말하는 인터넷의 개방성 유지전략은 우리 사회를 더 투명하게 만드는데 이바지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구글 역시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구글이 국내 개발자들에게 안드로이드, 크롬, HTML5, 구글TV 등의 기술을 공개하고 쓰라고 하는 것은 삼성, 구글, 애플, MS 등 글로벌 IT 강자가 맞붙은 생태계 경쟁에서 더 많은 우군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구글의 브랜드 마케팅은 무분별하게 특허소송을 남발하는 애플의 개인주의 마케팅보다 훨씬 세련됐다. 하지만, 구글 역시 철저히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신경이 쓰인다.
구글이 하려는 북한의 인터넷 개방을 우리 정부가 나서 남북 인터넷 교류 같은 것으로 추진해 보는 일은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