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잘못 손댔다가···` 1000억대 빚까지

안준형 기자I 2012.01.20 15:12:14

경기침체로 골프장 회원권 미분양
시공사, 지급보증 탓에 채권 떠안아

[이데일리 안준형 기자] 골프장 건설에 손댔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지급보증에 물려 수백억~1000억원 이상의 빚을 떠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회원권 가격하락과 분양 실패 등으로 투자비 회수는 커녕 PF 부채까지 떠안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가산 노블리제 컨트리클럽(CC). 지난 2010년 4월에 오픈한 이 골프장은 작년 12월26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휴장에 들어갔다. 휴장 이유는 동계한파. 하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경기침체로 회원권이 미분양되면서, 이 골프장은 지난달 초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여기에 250억원의 세금 체납으로 포천시가 작년 말 운영권을 연장해주지 않아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포천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골프장 공매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영업이 정지된 이 골프장의 주인은 코리핸랜드. 하지만 속을 태우고 있는 곳은 이 골프장을 건설한 유진기업(023410)이다. 시행사인 코리핸랜드가 골프장 건설 단계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지급보증을 선 시공사 유진기업이 채무를 떠안았다.

◇ 유진기업, 공사대금도 못 받고 1400억 부채만

유진기업이 골프장 공사를 수주한 것은 2007년. 코리핸랜드와 640억원의 노블리제 컨트리클럽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골프 회원권 시장도 얼어붙었다. 회원권이 미분양되자, 시행사는 시공사에 건설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또 은행에 빌린 돈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골프장 오픈 4개월만인 지난해 8월 연대보증인 유진기업은 코리핸랜드에 664억원을 빌려줬다. 이 돈은 코리핸랜드가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등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는 데 쓰였다.

현재 이 유진기업은 골프장 회원권 400억원 상당을 확보하고 코리핸랜드에 대해 금전채권 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채권자의 입장에 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시행사가 골프장 사업이 제대로 안되면서, 지급보증을 섰던 유진쪽으로 채무가 넘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코리핸랜드에 대한 채무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골프장이 정상화되거나 매각돼 상환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골프장에 발목 잡힌 건설사

골프장 PF에 물린 건설사는 유진기업 뿐이 아니다. 경남 사천시에 타니컨트리클럽을 건설한 삼부토건(001470)은 1557억원, 제주시에 아덴힐리조트앤골프클럽을 공사한 서해종합건설은 1167억원의 부채(2010년 기준)를 떠안았다. 이 밖에 계룡건설(013580), 울트라건설(004320) 등도 건설했던 골프장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는 30억~50억원 내외의 땅값 계약금과 인허가 추진비용만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며 "하지만 경기침체로 회원권 가격이 하락하고 신규 분양에 실패하면서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가 부채를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07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골프장 회원권 분양 사업은 최고 피크였다"며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2008년 중순부터 미분양되는 회원권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