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1월 소비자 물가가 석 달 만에 4%대로 급등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목표인 3%대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가 5% 성장, 3%대 물가 안정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정부 통제선인 3%대를 벗어나 급등한 데는 경기회복, 통화량, 대외변수 등 거시적인 요인과 전세, 개인서비스 요금 등 미시적 요인이 한꺼번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 경기회복, 넘치는 시중 자금 등 원인
우선 수요 측면에서 보면 첫째 경기 회복세 지속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GDP갭률(잠재 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차이)이 작년 3분기 2.2%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다. GDP갭률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수요측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물가 상승 요인은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고, 증가폭이 가파르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전 50조원 이하에 머물던 국내 본원 통화는 최근 약 80조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시중에 풀린 돈이 많고,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그만큼 국내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비용 인상 측면에서도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뛰는 원자재, 유가..중국발 인플레이션 압력
세 번째 요인은 대외 변수다. 특히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원자재의 대외의존도 비중이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 치명타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배경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경제 성장 회복이 두드러지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돈 중 일부가 투기적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이집트 사태 등의 변수가 불거지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치솟고 있다는 점 역시 정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의 물가 상승도 우리나라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중국으로부터 각종 농산물이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중국 물가 상승은 곧바로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받는 구조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 물가가 1%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0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상한파와 폭설, 그리고 전세난은 은 국내 농산물 가격과 집세 상승을 끌어올리고 있어, 소비자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 "정부 5% 성장, 3% 물가 안정 수정 필요"..금리인상 목소리 커져
결국 이 같은 대내외 변수가 작용하면서 국내 석유류, 농산물 물가는 물론 비교적 안정세를 나타내던 근원물가까지 1월 들어 15개 월 만에 2.6%나 뛰는 등 총체적 물가불안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수입물량 확대, 공공요금 인상억제, 서비스 요금 인상 시기 조절 등 미시정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1월 소비자 물가가 정부 대책이 집중됐지만 4%대로 급등한 게 그 이유로 꼽힌다. 결국 금리 인상 등 거시적 정책이 적극적으로 동원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리를 인상한 상황에서 또 다시 금리를 올릴 경우 자칫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나 통화당국의 고민이다.
민간 연구소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물가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 인상이 최선이지만, 5% 성장을 공언한 마당에 통화 당국이 금리를 올리는 게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시점에선 5% 성장이나 3% 물가 안정 등 정부가 공언한 부분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며 " 금리 인상 역시 물가 안정착원에서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