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이 장기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헌법과 법률에 양측의 충돌을 해소할 명확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제3자 중재 등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입장문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 해야 한다’는 헌법 82조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실이 보낸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제청 요청 자체를 문제 삼으며 거부한 것이다.
청와대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청을 반려하는 헌법적 근거는 공문에서 분명히 밝혔고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께 소상히 말씀드렸다”며 “국민들이 다 아시는 반려 사유를 유독 대법원장만 ‘공문에 그 내용이 없으니 모르겠다’라고 하는 건지 그 의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한 명당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 이후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측의 갈등이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둔 두 권력의 정면충돌 양상이 돼버려서다. 양측의 물밑 대화도 더는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이미 반년 넘게 이어져 온 대법관 공석 문제가 내년 6월까지인 조 대법원장 임기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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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과 권력다툼을 하는 것인지, 대통령과 국민을 무시하는 것인지 참으로 황당할 따름”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탄핵을 포함한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학자들은 재제청을 둘러싼 이같은 갈등은 전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더 이상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제3자의 중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대법원장이 문제 삼은 재제청 요청 문서의 성격에 대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라고 볼 수는 없으며 일종의 제안 내지는 권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대법관 임명 절차를 좀 더 분명하게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재제청을 둘러싼 현 상황이 장기적으로는 사법부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이 정치적 갈등의 당사자로 비쳐질수록 국민 신뢰와 사법부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청권은 본질적으로 인사 임명 절차의 일부이자 대통령의 임명권 안에 포섭되는 권한”이라며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임명할 의사가 없는데 국회로 동의안을 보낼 수는 없다. 제청권은 독립된 권한으로 임명권과 맞설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차기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대통령이 오히려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을 더 강하게 행사하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며 “사법권 독립이 명분이 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사법부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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