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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임박했나…피란길 오른 우크라 주민들

방성훈 기자I 2022.02.20 17:02:15

러, 보란듯 우크라 코앞서 군사훈련…푸틴 핵훈련 참관
"핵 등 군사력 과시…서방 우크라 직접개입 저지 의도"
“러, 거짓 침공 구실 계획중"…'화약고' 돈바스 촉각
현실화시 "전례 없는 강력 제재" 거듭 경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러시아 지원을 받으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항하는 반군)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공격할 것이라며 여성과 어린이들에게는 대피할 것을, 신체가 건강한 남성들에겐 싸울 준비를 하라며 촉구했다. 이후 피란민들이 미친 듯이 러시아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고, 러시아 국경 너머로는 난민 텐트 캠프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러시아 지원을 받는 반군) 간의 충돌이 사흘째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수천명이 돈바스 지역을 빠져나간 뒤엔 반군의 포격이 더욱 거세졌다”면서 지난 이틀과 비교해 양측 간 교전이 격화했다고 덧붙였다.

돈바스 분쟁과 관련해 참관인 역할을 해 온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19일 이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포격전 등으로 민스크 휴전협정 위반 사례가 2000여건 발생, 전날 1500여건보다 상황이 악화했다고 전했다. 반군 측에 따르면 6600여명이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으로 대피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거주하는 피란민들이 1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경 지역의 난민캠프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접경에 주민 수용소를 만들고, 피란민 1인당 130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AFP)


◇러, 보란듯 우크라 코앞서 군사훈련…푸틴 핵훈련 참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돈바스 지역 내 분쟁이 전쟁을 촉발하는 ‘트리거’가 될 것인지에 전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했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 현시점에서 나는 그가 (공격을) 결정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미 백악관은 이날 “러시아가 언제든(at any time) 러시아를 침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지속 주장해 왔지만, 최근 각종 군사 움직임을 비롯해 침공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와 벨라루스 연합군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110㎞ 떨어진 벨라루스 브라노비치에서 우크라이나를 적국으로 가정한 가상 전쟁 훈련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는 나토 참관단도 참석했는데 버젓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정한 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에서 불과 30∼40㎞ 떨어진 크림반도에 지대공 미사일 S-400을 배치하고 즉각 발사가 가능한 상태로 전환했다. 미사일 발사대는 평시엔 수평을 유지하지만 발사 전엔 하늘을 향해 세워진다. 그런데 최근 촬영된 위성 사진을 보면 모두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략핵무기 훈련을 참관하며 서방에 군사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이날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켜봤다.

크렘린궁은 전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금지 요구에 동의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며 이날 훈련 계획을 발표했다.

NYT는 “러시아의 핵 훈련은 푸틴 대통령이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에도 서방 국가 지도자들이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면서 “서방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저지하기 위한 조처로 매우 신중한 타이밍이었다”고 분석했다.

알렉산더 루카센코(왼쪽) 벨라루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전략핵무기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AFP)


◇서방 “러, 거짓 침공 구실 계획”…강력 제재 거듭 경고

서방 지도자들은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만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규모 병력과 무기를 배치한 뒤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무력 충돌을 조장하는 등 거짓 구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는 허위 정보, 거짓말, 선전을 퍼뜨리는 기만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의 침공을 위한 교범(playbook of deception)”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서로 상대방이 먼저 포격을 가해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NYT는 “돈바스 현장에 있던 자사 기자들은 반군의 포격을 직접 목격했다. 이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반격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반군 지역 주민들은 양측에서 모두 포격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박격포인지 곡사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포격이 거세지고 있다”며 “분리주의자들이 발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우크라이나군을 도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 지도자들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 “전례 없는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크고 전례 없는 경제적 대가를 부과할 것이다. 러시아의 금융기관 및 핵신산업이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경제 제재에 그치지 않고 나토 동부 지역을 추가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침공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막대한 정치적, 경제적, 지정학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개인과 회사를 제재, 이들이 런던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경제가 붕괴하고 영토 일부가 점령된 뒤 당신들의 제재는 필요 없다. 무엇을 기다리는가”라며 지금 당장 러시아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강력 제재를 경고하는 등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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