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의 HMM 고사 작전…10년 전 선복량, 이번엔 선원 빼가기"

경계영 기자I 2021.08.18 10:18:49

1위 선사로의 도약 나선 MSC
'대형 컨선 운영 경험자' 선원 스카우트
'박봉·장기 승선' 열악한 HMM 선원 노려
"파업 안해도 선원 없어 배 설 수도 있어"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HMM 선원으로 구성된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이 세계 2대 선사인 MSC로의 인력 이탈이 가시화할 수 있다면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8일 HMM(011200) 해상노조에 따르면 MSC는 지난달 한국인 선원을 처음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낸 데 이어 최근 ‘현대 글로벌호’에 탑승한 HMM 선원 10명에게 입사지원서를 전달하며 이직을 제안했다. HMM이 대여했던 현대글로벌호는 선주에 반납돼 MSC가 다시 대여할 예정이다.

MSC는 머스크(Maersk)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선사로 선복량을 500만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까지 늘리겠다며 세계 1위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MSC는 공격적으로 선원을 스카우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 12호선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가 부산 신항만 HPNT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HMM)
특히 MSC가 지원 자격에 대형 컨테이너선 경력자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HMM 선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1만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것은 국내에서 HMM이 유일하다.

조건도 매력적이다. MSC가 제시한 급여 수준은 현재 HMM 선원의 두 배가량이다. HMM이 어려워진 동안 HMM 선원도 6년 동안 급여가 동결되면서 업계 평균과 격차가 벌어졌다. 현재 HMM 선원이 일손 부족으로 10개월 넘게 승선하는 데 비해 MSC는 4개월 계약이라는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제안했다.

해상노조는 MSC의 ‘HMM 죽이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0년께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동량 대비 선복량이 많아지며 해운업계가 어려울 당시 MSC는 선박을 다수 확보한 후 저렴한 운임을 제시하면서 ‘치킨게임’에 나섰고, 이번엔 선원을 빼앗아 HMM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전 세계적 선원 부족 문제는 이미 제기돼왔다. 알리안츠는 이달 초 “선원 교육이 어려운 데 비해 근로 여건상 새로운 인력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보니 선원 부족이 향후 해운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해상노조는 HMM 선원이 통상 맺는 6개월 승선 계약이 끝나면 하선해 다른 선사로 이직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노조와의 협상만 문제가 아니라 선박을 운영할 선원을 어떻게 대우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은 “노동 3권도 보장 받지 못한 채 휴일도 없이 근무하면서 착취만 당하고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한다”며 “제대로 된 임금협약이 나오지 않는다면 파업하지 않더라도 선원 이탈이 본격화해 선원이 없어 배가 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HMM 해상노조는 현재 HMM 사측과의 임협 교섭이 결렬됐으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이날과 20일 각각 1·2차 조정 회의를 열고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알파라이너의 세계 선복량 순위. (자료=알파라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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