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이같은 심야시간 택시 승차문제 해소를 위해 공공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지브로’를 개발, 내달(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시범 운영 후 본격운영키로 했다. 택시 호출 앱 ‘카카오T’(옛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는 승객 골라태우기를 막기 위해 단거리 호출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택시기사들에게 상품권 지급 및 장거리 호출시 우선 배정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했다.
서울시의 택시 앱 개선 등 택시 승차거부 해소 조치가 실효성을 거둘 지는 의문이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정모(56)씨는 “이미 카카오T 앱 사용이 보편화 된 상황에서 추가로 호출 앱을 이용하는 것은 불편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 지정 호출 ‘지브로’…호출 거절시 ‘승차거부’
지브로는 호출과 함께 반경 300m 내의 빈 택시를 자동 검색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브로는 카카오T와 달리 호출 후 주변의 빈 택시를 검색할 수 있다”며 “이 가운데 승객이 택시를 선택해 호출하기 때문에 호출 후 무작정 기다리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택시 앱의 경우 운전자를 특정할 수 없지만 지브로는 운전자를 특정할 수 있어 승차거부로 처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택시승차거부가 적발되면 법인택시 운전자에게는 ‘1차 과태료 20만원→2차 과태료 40만원 및 자격정지 30일→3차 과태료 60만원 및 자격정지’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택시회사는 ‘1차 사업 일부정지 60일→2차 감차명령→3차 사업면허 취소’의 조치를 한다. 개인택시 운전자는 ‘운행정지 90일→운행정지 180일→사업면허 취소’ 등의 순으로 제재를 가하게 된다.
택시기사들은 별도로 스마트폰에 지브로 앱을 내려받지 않아도 된다. 이 앱은 택시에 있는 스마트카드사 결제기에 자동으로 설치,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택시기사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범운영 기간 중에 승객들은 콜서비스 요금(주간 1000원, 야간(자정~오전 4시) 2000원)을 내도록 해 승객과 택시기사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범운영기간 중에 수집한 호출·수락 비율과 택시기사 및 승객만족도 등을 분석해 정식 서비스 전에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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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은 서울시의 공공앱 보급이 실효성을 거둘 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선모(64)씨는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으면 호출을 잡을 이유가 없다”며 “택시는 한 번 잘못 움직이면 그날 동선이 꼬여 하루를 허탕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출비용을 준다고 하더라도 가까운 거리나 나쁜 지역(빈차로 나와야 하는 곳)인 경우는 운행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한 시간에 3만~4만원을 벌 수도 있는데 나쁜 곳으로 가면 1만원 밖에 못 버는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택시 운전기사인 김모(49)씨는 “카카오T와 지브로에서 동시에 호출이 오면 당연히 목적지를 표시한 카카오T의 호출을 받을 것”이라며 “택시기사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승차거부로만 몰아가는 서울시의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적 피로와 취객으로부터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야간운전을 하는데 규제 일변도라면 차라리 주간에만 운행하는 것이 속 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도 “심야 택시 승차거부 문제는 기본적으로 수급의 불균형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며 “택시 호출 앱 이용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수급균형을 맞추지 못한 상황에서 앱 기능만을 개선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이라고 말했했다.
심야시간대 택시 승차거부 해소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이 24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하철 노선을 따라 심야시간대에 운행하는 메트로버스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택시 앱 기능 개선 외에도 올빼미버스나 심야콜버스 등 대체수단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심야시간대 택시 부족현상의 원인인 개인택시 운전자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개인택시의 경우 심야시간 운전은 오롯이 운전자의 선택에 달렸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심야운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에 따라 12월 한 달간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심야시간(오후 11시~다음날 오전 4시)에 부제 해제를 탄력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개인택시 부제 해제를 통해 하루 평균 2000여 대 이상 개인택시가 추가로 공급돼 심야 택시승차난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심야시간대의 승차난 해소를 위해서는 심야전용택시나 요금자율형 전용콜택시와 같은 수요대응형 택시의 보급을 확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