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뉜 광장…"朴구속해야" vs "구속시 전면 투쟁"(종합)

고준혁 기자I 2017.03.25 21:30:00

내려간 朴·떠오른 세월호…퇴진행동, 구속·진상규명 촉구
"인양은 시작"…미수습자 가족, 동거차도 영상 보내와
태극기, "불법 탄핵 진상규명위 발족"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권오석 김무연 김정현 윤여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 선고한 지 보름 만인 25일. ‘촛불’은 박 전 대통령 구속수사 촉구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2주 만에 다시 서울 도심 광장의 어둠을 밝혔다. 탄핵 이후 세 번째 주말 집회를 연 ‘태극기’는 “국정 농단 사태 주범은 고영태”라며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할 경우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내려간 박근혜·떠오른 세월호…“국정농단 몸통 구속해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수사 촉구와 함께 1073일 만인 지난 23일 새벽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세월호 인양이 사실상 성공한 이날 참가자들은 “인양은 시작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7시간 은폐 말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촛불이 힘이다 시민혁명 완수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퇴진행동 법률팀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기조발언에서 “국정농단 몸통 박근혜가 내려가자 세월호가 올라왔다”며 “참사 진상을 규명하고 미수습자를 되찾을 희망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인양 형상화’ 소등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검찰이 국정농단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다면 증거인멸의 몸통인 박근혜를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故)농민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도 무대에 올랐다. 고인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살수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317일 만인 지난해 9월 25일 끝내 숨졌다.

백씨는 “탄핵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가 아직 죽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바다에 가라 앉아 있던 세월호도 3년 만에 올라왔다”며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모든 것들이 차근차근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그러나 “월요일(27일)은 아버지가 쓰러지신 지 500일이 되는 날인데 강신명 전 경찰청장 이하 살인 경찰들은 아직도 기소가 되지 않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정의가 바로 서고 죄 지은 자들이 죗값을 치르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무대에 올라 소회를 말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고(故)남지현(단원고 2학년 2반)양의 언니 서현씨는 “ 박근혜가 내려오자 1073일 만에 세월호가 올라왔다. 촛불의 힘 덕분”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서현씨는 그러나 “청산 못 한 적폐가 너무 많다”며 “미수습자와 유류품을 수습하고 선체 조사가 이뤄지기까지 선체조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마지막까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미수습자 가족도 영상으로 연결했다.

실종자 조은화(1반)양 어머니 이금희씨와 허다윤(2반)양 어머니 박은미씨가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에서 보낸 영상이 무대 화면에 떴다.

이씨는 “세월호 속에 있는 9명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 박씨는 “촛불을 든 많은 분들 덕분에 세월호가 올라와 9명 모두 찾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며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법과 제도 만들어서 세월호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304명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진행동 측은 광화문 일대에 10만 여명(오후 8시 기준)의 시민이 모였다고 밝혔다.

퇴진행동 측은 “박근혜 파면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적폐 청산을 위해 촛불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며 온전한 선체 인양,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朴 구속시 전면 투쟁”…김진태 의원 등 ‘출근 도장’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개최한 ‘제3차 전국민 태극기 집회’에서 “탄핵도 억울해 죽겠는데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전면적인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집회에는 김진태·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이었던 서석구·조원룡 변호사 등도 참여했다.

조 의원은 “여러분들이 들고 있는 태극기의 힘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막고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이기 때문에 힘을 한 데로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은 무대에 올라 “우리 대통령님이 집으로 돌아오신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으면 고생할 일 없다”며 “당내 경선을 치르고 다음 주 다시 이 자리로 올 때 살아서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군복 차림으로 집회에 참가했던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은 이날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현재 ‘불법탄핵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 4~6주 뒤 탄핵 과정을 모두 조사해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며 “고영태가 어떤 설계를 해 국정을 농단했는지, 언론이 어떤 왜곡보도를 통해 협잡했는지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광장 전체 면적(1만 3207㎡)의 절반 정도만 차는 등 탄핵 전 집회보다 참가자는 다소 줄어든 모습이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한 손엔 태극기를 들고 대형 성조기를 둘러싼 채 도심을 행진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154개 중대 1만 23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차 전국민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반대를 주장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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