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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장 신설 1년 가량 소요…특검 수사 끝나야 결정 가능할듯
8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시설투자액은 26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10% 수준인 2조 5000억원에 그쳤던 CE와 IM(인터넷 및 모바일) 부문 시설투자가 올해는 미국 공장 신·증설로 인해 3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6년간 △2010년 21조 6000억원 △2011년 23조원 △2012년 22조 9000억원 △2013년 23조 8000억원 △2014년 23조 4000억원 △2015년 25조 5000억원 △2016년 25조 5000억원 등 매년 20조원 이상을 시설투자비로 써왔다. 투자액의 80~90%는 클린룸과 라인 증설 등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DS부문에 집중됐다. 반면 CE부문은 2010년 이후 기존 공장의 생산설비 교체와 유지 관리 등을 제외하면 공장 신축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매년 1조~2조원 수준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 공장을 지을 것이란 외신 보도를 인용하며 “고맙다, 삼성!”(Thank you, Samsung!)이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투자 압박이 거세지면서 현지 공장 신·증설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는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멕시코 티후아나와 게레타로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미국 생산시설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시스템 반도체 공장이 유일하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 공장을 새로 지을 경우 부지 매입과 시설 비용 등으로 5000억~6000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실제 공장 설계부터 가동까지는 대략 1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수천억원대 신규 투자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공장을 새로 짓는 일은 부지 선정부터 생산 및 인력 규모 결정 등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데다 미국 대통령 임기가 4년이란 점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수뇌부가 모두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 대상에 올라 있어 미국 공장 신설 결정은 특검이 끝나는 3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데이코 공장 증설로 트럼프 체면 세우고 실리도 챙겨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처방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작년 9월 삼성전자가 인수한 데이코의 로스엔젤레스(LA) 공장 증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4일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도 데이코를 통해 북미 빌트인 가전 및 B2B사업 매출을 전년 대비 5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제품군 중 냉장고와 세탁기 등은 북미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식기세척기나 쿡탑 등 주방가전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이에 따라 삼성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축적한 브랜드 이미지와 유통망 등을 데이코의 주방가전 부문과 결합해 북미 B2B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생활 가전시장은 매년 4% 씩 성장해 2020년엔 약 3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삼성 입장에선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국 공장 건설 등 투자를 압박하고 있어 삼성은 일단 빠른시간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며 “데이코 공장 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삼성이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 없이 단기간에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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