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유럽이 미국 대기업에 대한 세금조사를 확대하면서 미국과 유럽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개별 기업뿐 아니라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로버트 스택 미국 재무부 국제조세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브뤼셀에 있는 유럽위원회(EC)를 방문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택 부차관보는 EC 담당자들과 면담한 이후 “유럽위원회가 실망스럽게도 미국 기업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발언했다.
세금 정책은 기본적으로 각 회원국 소관이다. 때문에 EU는 일부 EU 국가들이 다국적 기업에게 제공하는 세금혜택에 대해 경쟁사에는 제공하지 않는 불법 보조금이라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르타게르 EU 반독점 집행위원은 지난해 10월 스타벅스와 피아트에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로부터 불법적으로 받은 세금혜택을 수천만 유로를 반환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맥도널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브뤼셀을 깜짝 방문해 베르타게르 집행위원을 대상으로 개별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이는 아일랜드 세무당국이 애플의 법인세 납부액을 낮춰준 것과 관련한 EU의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스택 부차관보는 EU 회원국간 합법적으로 동의한 세제를 뒤집는데 있어서 국가 보조금을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급적용하는 것은 공정성의 기본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유럽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기업들이 결국 미국에 내야 하는 세금을 EU가 걷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스택 부차관보는 “어떤 EU 회원국도 세금을 부과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데 유럽위원회가 세금을 추징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대부분은 이연됐을 뿐이며 결국에는 미국에서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베르타게르 집행위원은 EU 회원국이 경쟁사에는 제공하지 않는 특혜를 특정 다국적 기업에게만 제공하면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과 EU 회원국간 이중과세조약이 양쪽 국가에 모두 세금을 내지 않는 수단으로 활용되면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스택 부차관보의 브뤼셀 방문과 강도 높은 발언으로 EU와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현재 23개 EU 회원국에 법인을 둔 다국적기업의 세금 계약 300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