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정교과서 여파로 멈춰섰던 정기국회가 다시 정상화될 전망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8일 의사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연말 예산·입법정국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다만 여의도 정가에는 또다른 화약고가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게임의 룰’ 전쟁이다. 공천룰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생사가 달린 문제여서 그 소용돌이가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지도부, 국회 정상화 뜻 모을듯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김정훈 정책위의장·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최재천 정책위의장·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3+3’ 회동을 갖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앞서 모두발언에서 “단비가 내려 가뭄 때문에 걱정하던 국민들이 완전 해갈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각종 민생 현안을 타결하는 단비도 내렸으면 한다”고 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무조건 국회에서 민생 현안 문제들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그간 파행했던 예산안 심사 등을 정상 진행하기로 할 게 유력하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사도 일제히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여당이 원하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야당이 원하는 경제민주화 법안 등 경제 관련법안의 ‘빅딜’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렇다고 추후 여야 관계가 마냥 밝은 건 아니다. 여야가 내세우는 입법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여당의 4대개혁에 맞서 △주거개혁 △중소기업개혁 △갑을개혁 △노동개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 대표는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고 했다.
예산안 심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주부터 있을 예산정국의 ‘꽃’인 예산안심사소위원회부터 신경전이 시작될 공산이 크다. 이 소위는 새해 예산안의 감액을 주로 다룬다. 새마을운동사업 예산과 나라사랑정신 계승발전사업 예산 등이 특히 정치적으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전투기사업(KF-X)과 누리과정(만3~5세 무상 보육·교육) 역시 예산정국 중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꼽힌다.
◇내년 총선 ‘게임의 룰’ 신경전 불가피할듯
다만 올해는 연말 예산·입법 신경전 외에 큰 변수가 또 있다. 총선을 앞둔 게임의 룰이다. 이는 정치인들의 밥그릇이 달린 것이어서 진흙탕 씨움도 불가피하다.
당장 오는 13일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의 법정시한이다. 하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여야간 이견이 큰데다 국정화 블랙홀에 쓸려내려간 탓이다. 예비 출마자들이 선거를 준비하고 국민들이 미리 총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시간을 주자는 현행 공직선거법의 정신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원외 정치인은 “결국 현역 국회의원들만 절대 유리한 구도로 가고 있다”고 했다.
추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선거구 획정위 측은 “10일까지 국회에서 기준을 알려줘야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여야가 9~10일 이틀 사이 극적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등을 합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 큰 뇌관은 여권 내 계파간 공천룰 전쟁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공천룰 특별기구 위원장을 논의만 하다가 국정교과서 논란 이후 멈춘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화 방침이 일단락됐으니 이젠 공천룰을 논의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공천룰 논의는 또 여권 내 친박계(친박근혜계)와 김무성계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특별기구 위원장 인선부터 김 대표 측은 황진하 사무총장을 거론하지만 친박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인선에 잡음이 일면 기구 자체가 삐거덕거릴 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