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시장부 오상용 기자는 요즘 캘리포니아라는 단어를 접하면 만감이 교차한다고 합니다. 추락하는 미국 부동산 경기, 덩달아 출렁이는 세계증시, 그 틈바구니 속에서 돈냄새를 맡는 사람들. 여러 단상과 군상들이 스쳐 지난다고 합니다. 들어보시죠.
호텔 캘리포니아 - 기타의 세계에 발을 담가본 이라면 한번쯤 이 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자신을 꿈꿔봤을 겁니다.
불세출의 명곡 하나로 30년을 버텨온 이글스가 새 음반을 냈군요. 출시와 동시에 `대박`이랍니다. 발매 첫 주 71만 1000장을 팔아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답니다.
연륜이 묻어나는 앨범이겠지만, `호텔 캘리포니아`의 후광이 작용했겠죠.
이처럼 제게 `캘리포니아`는 기타리스트 조 월시와 어둠이 내려앉은 사막의 고속도로, 그리고 머리칼을 스치는 찬 바람("On a dark desert highway, cool wind in my hair")으로 기억되지만, 요즘에는 `캘리포니아`라는 지명에서 돈 냄새를 맡는 이도 있습니다.
미국 부동산 이야기로 옮겨갈 수 밖에 없겠네요. 이 나라 요즘 집값이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분이라면 귀가 닳도록 들었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도 알고보면 부동산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이죠.
빚내서 집을 샀던 사람들은 담보가치가 떨어지니 빚 독촉에 시달리고, 헐값에 급매물을 내놓다 보니 집값은 더 떨어지고 잘 팔리지도 않고, 결국 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자 모기지 전문 금융회사들은 휘청이고, 이들이 유동화시킨 담보부증권에 투자했던 금융회사까지 덩달아 곡소리를 내는 거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그만큼 박탈감도 더해져 허리띠를 졸라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미국 소비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죠. 자연 주식시장도 좋지 않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이 그물망처럼 연결되다 보니 국내증시도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고요.
이제 돈냄새를 맡는 사람들을 소개할 차례네요.
얼마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서브프라임 문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부동산이 싸졌다는데, 그 곳 부동산에 투자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감이 좋기로 소문난, 최근에는 `통찰력을 보여주마`며 인사이트 펀드를 야심차게 내놓은 박 회장이다 보니 귀가 솔깃합니다.
어제 만난 여의도 증권맨도 비슷한 생각이랍니다. 석달전 처자식을 미국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라는 그는 요즘 환율이 떨어져 돈 부치는 부담이 줄었다며 `좋아라` 하고 있는데요, 여차하면 이 참에 캘리포니아에 집 한채를 사버릴까 궁리중이랍니다.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는 떨어지고, 집값도 하락하니 빚을 얻어 캘리포니아에 집 한채 장만할만 하다는 이야기죠.
매달 월세 내는 돈이나 모기지 대출 받아 이자내는 거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계산입니다. 나중에 집값이 반등하면 차익남겨서 더 좋고요.
나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타이밍을 저울질해 투자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겠다는데. 잃는 자가 있어도 얻는 자 또한 있게 마련인게 자본시장이니, 자신과 가족을 생각한다면 승자로 살아남아야겠죠.
30년전 미국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했다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그리고 반 평생이 지나 새 제품을 내놓으며 음반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이글스. 떨어지는 캘리포니아의 집값과 급매물을 보며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
`당신은 원할 때 체크아웃 할 수 있지만 결코 떠날 순 없을 것`(You can check out every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이라는 그들의 노랫말 처럼 이글스도, 캘리포니아 주민도, 이글을 쓰는 저와 읽고계신 여러분 모두 돈으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