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동기자] 열대성 폭풍 '크리스'가 빠르면 허리케인으로 발전해 다음 주 중 미국의 석유 시설이 밀집돼 있는 멕시코만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크리스'가 멕시코 만에 접근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로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종전 최고치인 78달러선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일부에서는 현 유가 수준은 이미 허리케인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를 반영하고 있어 폭풍의 진로가 변경될 경우 유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앤거스 잭슨의 트레이딩 디렉터인 마이클 로즈는 "현재 유가는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에 왔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폭풍의 진로가 바뀔 경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카트리나와 리타가 멕시코 만을 강타한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급락했던 점을 감안할 때, '크리스'가 허리케인으로 발전할 경우 향후 미국과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한편,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간외거래에서 원유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낮 12시44분 현재 배럴당 75.88달러를 기록 중이다. 장중 한때 배럴당 76.1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크리스' 멕시코 만 상륙 가능성 고조
현재 시속 65마일(105킬로미터)의 속도로 푸에르토 리코로 이동하고 있는 `크리스`는 빠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허리케인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열대성 폭풍은 풍속이 시속 74마일을 넘을 경우 `허리케인`으로 분류된다.
마이애미 허리케인 센터에 따르면, '크리스'의 예상 진로는 2일(현지시간) 밤과 3일 동안 푸에르토 리코 북부를 지나, 4일에는 도미니카 공화국과 하이티 북쪽을 통과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어 5일 쿠바 북부 해안 지역을 통과해 7일 아침에는 플로리다 남부 해안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다.(아래 지도 참고)
전문가들은 특히 '크리스'가 다음 주 석유 시설이 몰려있는 멕시코 만에 상륙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멕시코 만을 강타했을 때처럼 정유시설이 파괴돼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멕시코 만 지역은 미국 정유시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미국 휘발유 출하의 40%를 차지한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멕시코 만을 강타하면서 정유시설의 30%가 폐쇄됐었다.
펜실바니아 주립대학의 기상 관측기관인 아쿠웨더의 수석 기상학자인 조우 바스타디는 "'크리스'가 다음 주 텍사스에 상륙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후 크리스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스타디는 `크리스`가 지난해 멕시코만 중앙 지역을 가로질렀던 카트리나와 리타처럼 멕시코 만 남부 지역을 따라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릴랜드 소재 민간 기상 관측 회사인 MDA 어스샛 에너지 웨더에 따르면, '크리스'가 멕시코 만에 상륙할 확률은 1일 5%에서 2일에는 15%로 상승했다.
◇폭풍 경보 발령..석유 시추회사들 긴급 대피 준비
현재 미국을 비롯해 푸에르토 리코, 영국령 버지니아 군도 등은 열대 폭풍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이는 향후 12~24시간 내에 폭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허리케인이 멕시코 만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석유 시추회사들도 긴급 대피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 4위 역외 시추회사인 다이아몬드 역외 드릴링은 루이지애나 남부에 있는 유정(油井) 굴착 시설 2곳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역외 시추회사인 트랜스오션은 이번 주 '크리스'의 예상 진로에 위치한 시추 시설을 소개할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