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격동50년)(27)새로운 주식공모붐 조성

김영곤 기자I 2004.12.07 12:20:02
[edaily] 우리가 사채시장의 성공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것이 곧 주식 발행시장 활성화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이다. 72년 사채의 성공적인 출발은 첫해에 발행액이 99억2800만원, 거의 100억원을 기록했음이 증명한다. 이처럼 사채권에 투자인기가 쏠리게 되니 사채이율이 내려가게 될 것임은 자연스러운 이치. 동아제약에서 최초로 연28%짜리 사채가 발행되기 시작한 이래 이율은 급격하게 하향조정을 거쳐 그해에 이율은 17%선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사채이율의 자유스러운 변동은 여러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것은 무엇보다 사금융과 같은 비제도권 금융이 아닌 제도금융권에서 이자율이 수요공급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소위 시장이자율의 형성과 변동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의미는 이처럼 사채이율이 실세에 따라 하향조정됨으로서 주식투자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유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자율이 자금수급의 매개요인으로서 자금순환을 원활하게 해줄 뿐더러 그처럼 이율이 하향조정되면 상대적으로 주식투자 수익률을 높이게 되어 주식수요를 자극하게 된다. 73년에 본격화된 기업의 주식공모는 이러한 원인에 의해서 조성된 것이다. 물론 공급측면에서 기업은 자본시장육성에 관한 법률과 뒤따라 제정된 기업공개촉진법에 의해 기업을 공개해야 될 여건에 놓여 있었다. 금리인하와 8.3조치에 의해서 기업은 특혜적 경영개선 효과를 거둔 여건에서 정부시책에 호응하면서 공개할 바에는 서둘러 함으로서 공개화에 따른 또하나의 특혜를 받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기도 했을 터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측 요인을 자극하는데 있어서 주식에 대한 잠재적 투자수요가 많다는 점도 공개촉진을 자극하는 요인이었다. 기업의 주식공모는 73년에 일종의 붐을 이루게 된다. 이 한해에만도 주식공모액은 207억6300만원에 이르게 됐으니 말이다. 이제 발행시장은 활착에 성공하면서 이후엔 유통시장과 상호작용으로 본격적 호황기로 진입하게 된다. 유통시장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면서 주가의 상향조정이 이루어지게 되자 발행시장 개설 초기에 공개된 주식의 시세도 당연히 상승하게 된다. 또한 주식공모 및 매출가격은 이러한 유통시장 활기를 뒷받침으로 해서 액면보다는 높으나 동종의 이미 상장된 주식시세보다는 낮게 책정됐다. 정책당국은 공개하는 기업 대주주 이득도 보장하고 공모붐도 지속시키기 위해 이처럼 액면가와 시세중간에 프리미엄부가격이라 해서 발행가격을 정책적으로 결정해 주었다. 결국 이러한 발행시장 정책은 그렇쟎아도 충분히 활기가 조성된 시장에 더 큰 열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말하자면 당국은 기업공개의 공급측에 창업자이득보호라는 명분으로 어느정도 차익을 보장해주고, 청약자라는 발행주식 최초 투자자에게 시세와 발행가격 차액만큼 이득의 룸을 만들어 준 것이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이익을 얻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가격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이렇게 돼서 기업공개와 주식공모 주식청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형식으로 단순한 주식발행과 유통의 의미를 넘어 치부와 축재의 수단으로 둔갑하게 된다. 물론 말할나위 없이 정책당국은 증권 발행시장의 빠른 육성과 더불어 유통시장과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적절한 이득발생 기회를 제공하려 했고, 그것이 그대로 주효해서 한순간에 폭발하는 듯한 붐을 조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증시는 늘 강조하듯이 가장 시장적인 제도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인위적 정책적 가격결정은 곧 시장에 맞지 않고 모순과 불균형을 낳게 된다. 그래서 그것이 또 하나의 악성투기로 변질될 수 있고 시장의 건전화를 가로막는다. 증시는 결국 스스로 쉽게 과열되고 변질되는 순환을 다시 겪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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