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색체' 美 플로리다,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

양지윤 기자I 2024.04.02 09:33:15

플로리다 대법 "헌법상 낙태권 보호하지 않는다" 판결
5월1일부터 낙태 금지법 발효
강간·기형 등 예외만 허용…사실상 낙태 시술 차단
11월 투표서 최종 결정…대선 투표에도 영향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대선에서 낙태권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공화당 색채가 강한 플로리다주에서 낙태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이 발효된다. 이와 별도로 주헌법에 낙태권을 명시하는 개정안을 오는 11월 투표에 부치기로 해 이번 대선에서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2년 6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후 낙태권 지지 운동가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AFP)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의 헌법이 낙태권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제정된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법이 오는 5월1일부터 발효된다. 강간, 근친상간, 치명적인 태아 기형, 긴급 의료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미국 남부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길을 사실상 없애는 동시에 미 전역의 낙태 클리닉에 부담을 가중시킬 판결이라고 WP는 평가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별도 판결에서 주헌법에 낙태권을 명시하는 개정안을 오는 11월 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는 플로리다주 유권자들이 낙태 문제를 직접 결정하도록 한 것으로 오는 11월 주헌법 개정안이 가결되면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법은 폐기된다.

플로리다 주민들은 6개월 동안 6주 낙태 금지의 경과를 본 뒤 이 문제에 대해 투표할 기회를 갖게 되며, 대선 기간 동안 낙태가 플로리다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아울러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이 두 결정은 2022년 연방대법원이 그간 낙태를 헌법 권리로 보호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뒤로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플로리다 고등법원은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임기 동안 상당히 보수적으로 변했지만, 설문조사에서는 플로리다 주 유권자 대부분이 임신 초기 낙태 금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플로리다에서는 8만2000여명이 낙태 시술을 받았다. 이는 지금까지 낙태를 금지하거나 거의 금지한 미국 17개 주 가운데 가장 많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판결로 낙태권이 오는 11월 대선 투표에서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상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플로리다주의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법은 공화당의 대선 경선에서도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낙태 반대 운동가들은 6주 후 낙태 금지법안을 높게 평가했지만,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최근 낙태 반대 운동으로 선거에 패배한 사례를 지적하며 정치적 역풍을 우려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6일 먹는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처방을 규제하는 항소심 판결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 구두 변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했다.

미페프리스톤은 지난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먹는 낙태약이다. 연방대법원이 2022년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무효로 한 뒤에도 이 약은 미 전역에서 원격 처방을 받아 배송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해 11월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이 이 약의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낙태 반대론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처방이 금지됐다. 2심 격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제5연방항소법원도 미페프리스톤 사용조건을 기존 ‘임신 10주’ 이내에서 ‘7주’ 이내로 단축하고, 원격 처방도 금지했다. 이에 반발한 법무부와 제약업체가 상고해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판결은 이르면 6월 말쯤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내에서 이뤄진 낙태의 63%는 먹는 약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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