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8일 계묘년 새해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SH공사와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가 서울에 25만채 수준이다”며 “재건축 기간이 도래하면 용적률을 풀어서 고층화·고급화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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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서울형 건축비를 만들어 공사비를 30~40% 이상 높여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해도 시가 20억원 수준인 아파트를 SH공사가 분양하면 원가는 3억5000만원 수준이고 분양가는 4억5000만~5억원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이 잘 만들면 민간도 경쟁하듯이 지을 수밖에 없고 공공과 민간이 경쟁한다면 서울이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며 “1000만 서울 시민이 SH공사를 만든 만큼 집 걱정없는 고품격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누가 집값을 끌어올렸나’란 책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현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그간 부동산 대책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공약을 구체화한 정도에 불과하지 시스템, 금융, 공급 방식 등 바꾼 것이 없다. 연초에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에 400만채의 집이 있고 1년에 20만건이 거래돼야 정상적인 시장인데 지금 거래되는 것은 1만건도 안 된다. 재고가 남아돌아 공급이 넘치고 있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져서다. 지난 2021년만 해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연 8%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집값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집을 사겠나. 그동안 (집값이 오른 건) 엉터리 진단, 엉터리 처방으로 부작용을 일으키고 또다시 잘못된 진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이라고 생각해서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
△SH공사의 역할은 1000만 시민의 집값 고민을 해결하고 주거 취약계층에 주거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억원 수준인 아파트도 SH공사가 분양하면 원가가 3억 5000만원 수준이고, 분양가는 4억5000만~5억원대가 가능하다. 그래도 30% 이익이 남는다. 서울의 분양원가가 이런데 경기도에서 7억~8억원에 사전 청약을 할 이유가 없다. 강남 세곡, 서초 내곡, 송파 오금, 고덕 강일 등 분양원가를 다 공개했다. 무리하게 집을 사지 말라는 시그널이었다.
분양원가 공개는 법으로 한 것이 아니다. SH공사의 주인은 서울 시민이다. 주인이 자료를 공개해 달라는데 그걸 하지 않는 건 법이랑 상관없다. LH는 사전청약 6억~7억대 분양해 서울보다 비싸다. 수도권에서 분양하는데 SH공사보다 1.5배 비싼 수준이다. SH공사 분양가가 30~40% 낮았는데도 이익이 30~40% 났는데 LH는 (분양가가 비쌌으니) 더 이익을 냈을 거다. LH는 지방에서 손해를 봤다고 하는데 안 팔리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되고 또 지난 5년 동안 지방도 분양이 잘됐다. 그동안 SH공사는 1조원도 못 벌었는데 LH는 18조원의 이익을 냈다. 공기업의 주인은 5000만 국민이고 위임된 권한은 시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준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면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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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사람이 모두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게 아니다. 지난 2021년 집값 평균이 12억원인데 대출을 해도 집을 사기 어려운 수준이다. (반값 아파트를 도입하면) 건물만 팔면 되기 때문에 3억~4억원이면 살 수 있다. 물론 매수 여력이 있는 사람은 토지·건물 모두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건물만 분양하고 대출도 70~80% 해 준다면 1억~2억원이면 집을 살 수 있다. 그게 왜 반갑지 않은지 모르겠다.
지난 2021년 11월 취임할 때만 해도 집값·전셋값이 뛰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분양원가 공개다. 2011년 오세훈 시장 당시 만들어놓은 서울형 분양원가 시스템을 활용했다. 82.6㎡(약 25평) 아파트 원가가 3억5000만원 수준이라는 걸 알리면 영끌이나 집값 상승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자산 공개, 사업평가 결과 공개, 설계도면 공개 등 모두 처음 시도한 거다. 반값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기업 혁신을 주문했는데 SH공사는 이에 앞서 투명 경영, 열린 경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경영 목표의 80% 이상 달성했다.
-고덕강일 3단지 처럼 `토지임대부` 주택 방식으로 분양하려면 택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SH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30년 이상 아파트가 34개 단지에 4만 가구가량 된다. 이 단지를 재건축하면 10만채 이상 공급할 수 있다. 마곡 지구, 위례, 고덕 강일, 은평 등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공급 계획을 제시한 곳도 있다. 토지 임대료는 여유가 있는 분들은 매달 받기보다 10년이나 50년치를 선납하면 할인해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남은 임기, 중점적으로 추진할 역점 사업이나 계획이 있다면.
△SH공사는 건축주이기 때문에 건축 강국, 건설 강국이 목표다. 국민이 개발한 기술은 건축물에서 구현된다. 인간이 개발한 모든 기술은 건축물을 만들거나 운영하는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건축 강국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선진국이다.
건축주는 설계·건설을 잘 맡기고 건물이 완성되면 잘 운영하는 게 일이다. 건축주가 현명한 선택을 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매겨야 건축물이 잘 만들수 있다. 공공이 잘 만들면 민간도 경쟁하듯이 지을 수밖에 없고 공공과 민간이 경쟁한다면 서울이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 1000만 서울 시민이 SH공사를 만든 만큼 집 걱정없는 고품격 도시를 만들겠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955년생 △쌍용건설 △한국건설정보시스템 대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아파트값거품빼기본부장 △정동영 국회의원실 보좌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