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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연간 1억850만t의 밀을 생산한다. 유럽연합(EU) 1억3650만t, 중국 1억3500만t 에 이어 세계 3위의 밀 생산국이다. 하지만 자국 수요가 많아 수출량은 850만t으로 세계 8위(4%) 수준이다.
인도 정부는 2022회계연도에는 역대 최대인 1000만t의 수출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염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밀 가격 급등이 변수로 작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서남아시아 전역의 밀 수확량이 타격을 입었고, 인도 일부 지역은 밀 수확량이 종전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국제 밀 가격 급등으로 밀을 사재기하거나, 수출에 집중해 내수시장 가격이 급등할 것을 우려해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른 단기적인 국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제분용과 사료용으로 연간 334만t의 밀을 수입하는데 제분용은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 사료용은 우크라이나, 미국, 러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밀 수출 금지가 지속돼 국제 곡물가격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 세계 곡물가격 변동에 따라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등 물가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독일 북부 함부르크 바이센하우스에서 사흘간 회담을 마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인도의 밀 수출 금지령으로 발생될 공급 혼란을 우려했다. FT는 “이는 식량 가격을 상승시켜 인도 곡물 수입에 의존하는 가난한 국가들의 빈곤 문제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같은 날 셈 외즈데미르 독일 농업 장관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인도의 밀 수출 제한 조치는 오히려 식량 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가격 변동성이 높아져 수출국과 농민들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 농업전문 시장조사업체 토마스엘더마켓의 곡물 분야 애널리스트인 앤드류 화이트로는 “세계는 밀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면서 “미국의 겨울 밀은 품질이 좋지 않고, 프랑스는 가뭄을 겪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출이 막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