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더 이상의 답변을 기다리는 게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더 기다린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당원과 전국 지지자 모두에게 모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단일화 논의 결렬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낡은 구태 정치의 방식으로 자신을 압박했다며 ‘정치 모리배’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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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안 후보는 일정에 없던 국회 소통관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날 아침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전화 통화로 소통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돼 진전된 얘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오후 1시30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안 후보는 “지난 일주일 기다리고 지켜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을 정리하겠다”면서 단일화 제안 철회를 공식화했다.
안 후보는 “기자 회견으로 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윤 후보의 뜻이라며 제1야당 이런저런 사람들이 뛰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했다”면서 “심지어 저희 당이 겪은 불행을 틈타 후보 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 모리배짓마저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일화 제안으로 혼란을 느꼈던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석열 후보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안 후보는 국민 경선 방식으로 야권 단일 후보를 뽑자고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공식 제안했다. 방법은 지지율 조사에 따른 국민경선 형태였다.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독자적인 안 후보만의 정견이 묻힌다’는 게 단일화 제안 명분이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 후보가 공식적으로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윤 후보 중심의 단일화가 돼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바른미래당 시절 안 후보와 한솥밥을 먹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화를 하면 합당까지 가게 된다”면서 “안철수의 정치가 꽃을 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본인 위주의 제안”이라며 안 후보의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이 대표는 20일 아침 방송에 출연해 “냉정하게 봤을 때 오늘부로 단일화는 안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단일화 가능성
안 후보가 단일화를 철회하고 거듭 완주 의지를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래도 열려있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엄경영 시대연구소 소장은 “완주냐, 단일화냐 선택지는 여전히 안 후보에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기자회견 후 안 후보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면서 더 이상의 단일화 논의에 선을 그었지만, 2012년 18대 대선에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는 투표일 3일 전 후보직을 사퇴하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 때도 명분은 정권 교체였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안 후보의 단일화 철회 선언에 별다른 평가를 하지 않았다.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안철수 후보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를 향해 “정권 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