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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시험에 대해 성공을 알렸지만 청와대는 이에 구체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았고 청와대의 별도 입장 발표도 없었다. 북한의 발표가 ‘국방과학원’이었다는 점에서 청와대에서 대응 입장을 내놓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연말(크리스마스) 시한’을 앞두고 최대치의 대미(對美) 자극을 한 것이지만 문제는 북한의 강력한 도발에도 우리 차원에서 이를 풀어낼만한 카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시간’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북미 양쪽에 구미가 당길만한 해법을 제시하기에는 한계가 노출된 셈이다.
특히 남북 간 신뢰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측면에서 더더욱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진다. 북한이 최근 금강산관광지구 남측시설 철거를 우리에게 통보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듯 우리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미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북한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북한의 시험이 있었던 7일 트럼프 대통령이 7개월 만에 문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오면서 ‘중재론자’로서의 역할을 당부받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 전화 통화를 요청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공유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을 것이란 해석이다.
북미 협상 과정 속 문 대통령이 뒤로 한 발 물러난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은 접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로 북미 긴장이 최고조였을 때 등장했던 ‘로켓맨’과 ‘늙다리’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할 만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30분간의 통화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나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다른 의제 없이 ‘북미 비핵화 협상’만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촉진자’ 역할을 당부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물꼬를 튼 바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이)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심도있게 협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