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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새학기 개학을 하루 앞두고도 정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강대강(强對强)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정작 이로 인한 유치원 대란의 피해가 그 중간에 있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사립유치원의 개학 연기로 당장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한 맞벌이 부부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사립유치원 이익단체인 한유총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4일부터 무기한 개학연기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날 정부가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경찰 등을 동원한 엄정 대응을 경고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폐원 투쟁까지 검토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개학 연기라는 종전 입장보다 한층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인 셈.
한유총의 주장은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수용하기로 한 만큼 정부가 유아교육에 투입된 자신들의 사유재산을 보상해줘야 한다는 게 골자다. 한유총은 이날도 “사립유치원은 명백하게 개인이 설립한 학교”라며 “유치원을 설립할 때 최소 30억원 이상의 개인자산이 소요됐으며 대부분 친인척·동료·금융기관 차입금 등으로 설립했다”고 주장했다. 대출을 받아 유치원을 설립한 회원들이 많기 때문에 정부가 이들에게 공적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적사용료는 개인이 소유한 토지·건물을 국가가 공적 용도로 이용할 경우 개인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시설사용료다.
교육부는 한유총이 주장하는 시설사용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장관은 “유치원은 학교이며 어떤 학교에도 땅이나 건물에 대한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시설사용료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양 측의 주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으면서 그 피해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가고 있다. 충남지역 유치원 학부모 박지윤(42)씨는 “맞벌이 부부라 유치원이 문을 열지 않으면 자녀를 맡길 데가 없다”며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한유총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교육부가 유아교육법 시행령 입법을 유보하고 대화에 나서지 않는 한 개학연기 투쟁을 계속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유치원 문을 닫는 폐원투쟁도 검토하고 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우리와 대화조차도 거부하는 교육부에 있다”며 “폐원 투쟁을 하게 되면 올해 문 닫는 유치원이 500곳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4일부터 학사일정을 통해 개학을 예고했던 유치원이 이를 연기한 경우 교육청을 통해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오는 5일에는 시정명령을 어기고 개원하지 않는 유치원에 대해 형사고발을 추진한다. 학부모에게 개학 연기를 통보한 뒤 돌봄서비스만 제공하는 유치원도 제재 대상이다. 검찰도 한유총 소속 유치원의 무기한 개학 연기에 대해 엄정 대응 입장을 밝혔다. 대검 공안부는 1일 “한유총 소속 유치원의 무기한 개학 연기는 교육관계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며 “대검은 향후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세훈 교육부 육아정책국장은 “학사일정에 따라 예정대로 개학하라는 시정명령을 어길 때는 형사 고발할 것”이라며 “관계부처 협조에 따라 이후에는 곧바로 수사 착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