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그널이 강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과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빚내서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의 대출 부담과 기존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중銀 주담대 금리 한달만에 급등…0.31~0.44%포인트 올라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말 기준 5년 고정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31~0.44%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9월 말 기준 연 3.29~4.49%에서 이달 말 기준 연 3.73~4.93%로 0.44%포인트씩 올랐다. 9월 말 전월대비 상승폭이 0.11%포인트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3.35~4.46%에서 0.32%포인트 오른 연 3.67~4.78%를 기록했다. 우리·NH농협은행도 나란히 0.32%포인트씩 올랐다. 우리은행은 연 3.30~4.30%에서 연 3.62~4.62%로, NH농협은행은 연 3.43~4.57%에서 연 3.75~4.89%로 올랐다.
KEB하나은행은 연 3.625~4.845에서 0.313%포인트씩 올라 연 3.938~5.158%를 기록했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연 5%마저도 넘어선 것이다.
이 같은 금리 인상은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시장금리 상승이 반영된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역할을 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9월 신규취급액 기준 1.52%로 전달에 비해 0.05%포인트 상승하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조달금리가 되는 금융채(AAA) 5년물 금리도 지난달 말 2.2603%에서 지난 27일 기준 2.5868%로 한달 동안 0.3265%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이 같은 금리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호성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차주별 패널자료를 이용한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요인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 오를 경우 대출자의 연체확률은 0.0403%포인트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이 최대 0.4%포인트 이상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대출자들의 연체확률이 0.12%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금리상승기에 대출을 받으려면 일단 시중은행 금리보다 저렴한 정책상품 자격조건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디딤돌대출,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를 위한 보금자리론, 일반 대출자를 위한 적격대출 등의 정책 모기지 상품이 있다. 저금리로 빌려주는 만큼 소득요건이나 대상 주택요건 등이 깐깐하다.
가파른 금리인상기에는 고정금리로 받는 것이 유리하지만, 3년 미만 단기 대출이라면 당장은 변동금리가 낮은 만큼 변동으로 받고 향후 금리추이를 보면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을 받을때 전자등기 등을 이용하면 금리를 할인해주거나 거래실적에 따라 우대혜택을 주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