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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는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베트남 전쟁 당시 전투 장면을 그린 이 그림은 실제로 총탄을 맞은 적이 있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등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에 동참, 국방부를 습격한 1공수여단 부대원들이 쏜 총탄에 그림이 훼손됐다. 당시 총탄은 그림 속 국군 병사의 눈을 관통했다. 군은 나중에 훼손된 부분을 복원했다.
적영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뿐 만이 아니다.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이후인 2001년 팜 반 짜 당시 베트남 국방부 장관 방한한 당시 국방부는 고민에 빠졌다. 베트남 국방부 장관이 이 그림의 배경을 알게 되면 불편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고민 끝에 작품 배경을 설명한 동판의 음영을 흐릿하게 만들어 잘 보이지 않게 만들어 위기(?)를 넘겼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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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쿠데타 당시 총탄을 맞은 작품은 적영 외에 또 있다. 박항섭 화백이 그린 ‘대동강을 건너는 평양 피난민’이라는 그림도 총탄에 맞은 경험이 있다.
국방부 구청사 1층 엘리베이터 근처에 걸려 있던 이 작품은 쿠데타군과 청사 수비 병력간에 벌어진 총격전에 휘말려 관통상을 입었다. 현재 이 그림은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하 1층에 걸려 있다.
군은 사실 국내에서 몇 손가락에 들어가는 ‘예술품 소장가’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 소유 미술작품은 3390여점에 달한다. 육군이 1840여점, 해군이 670여점, 공군이 880여점을 갖고 있다.
미술관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이나 인물화 등은 드물다. 전투 장면이나 피난민의 모습 등 전쟁과 관련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다.출처는 역사적 상징성 감안, 정부가 구입해 군에 전달했거나 외부인사들에게 기증받은 작품들이다. 한국화, 서양화, 서예, 조각, 판화, 도자기, 공예품 등 종류는 다양하다.
안타깝게도 군이 소유한 작품들 중 상당수는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다. 최근까지는 각군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현황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군이 전문가에 의뢰해 일부 작품을 복원하고 있는 게 그나마 애호가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소식이다.
군은 지난해 2월 창군이래 처음 ‘군 소유 미술품 관리지침’을 제정해 미술품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각군 홈페이지에 군 소유 미술품 목록을 게재하도록 하는 등 본격적인 관리에 착수했다. 다만 군은 보유 미술품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일반인들이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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