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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나주영 제일테크노스 대표 "백년가는 長수명 주택 지어야죠"

박형수 기자I 2014.10.22 10:00:00

1971년 설립한 제일테크노스, 44년 업력과 함께 다져진 노사화합으로 성장 기틀
데크플레이트 수요 증가로 관련 매출도 증가..신제품 개발로 성장 탄력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연말부터 10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오래가고 쉽게 고칠 수 있는 ‘장수명(長壽命) 주택’으로 지어야 합니다. 데크플레이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제일테크노스는 신제품 캡데크(CAP DECK) 상용화에 성공해 늘어나는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경상북도 포항시에 있는 제일테크노스 제5공장에서 만난 나주영 대표는 “오는 2020년에는 매출이 두 배로 늘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거듭날 준비가 끝났다”라고 말했다.

1971년 설립한 제일테크노스는 건축용 자재인 데크플레이트를 생산하고, 조선용 철판에 대한 표면처리(Shot Blast)와 절단가공(Steel Cutting) 사업도 하고 있다. 신규사업으로 풍력타워 등 구조물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 실적 개선을 이끄는 효자 사업부문은 단연 데크플레이트다. 데크플레이트는 상업용 건물이나 주상복합 주택을 건설할 때 사용한다. 데크플레이트를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부으면 건물 바닥 또는 천장이 된다.

◇데크플레이트 성장과 함께 매출도 ‘쑥쑥’

국내 데크플레이트 시장은 약 2600억원 규모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연평균 9.19% 성장했다. 데크플레이트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 건축 현장에 투입하기 때문에 기존의 합판 거푸집 방식보다 공사 기간과 비용을 각각 40%, 10%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전망도 밝다.

국내건축시장의 건축규모는 바닥면적(연면적) 기준으로 연간 1억400만㎡정도다. 데크플레이트를 설치할 수 있는 규모는 6300만㎡다. 데크플레이트 평균 가격(2만원/㎡)을 고려하면 잠재적 시장은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제일테크노스는 1996년부터 2년 동안 산학공동으로 연구개발해 데크플레이트를 개발했다. 13개의 특허를 취득했고, 정부로부터 건설 신기술로 인정받았다.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건설 현장에 데크플레이트를 공급했다.

나 대표는 “인천공항 건설 당시 50만㎡를 짓는 데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라며 “국내 기술로 개발한 데크플레이트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제일테크노스는 타워팰리스, 제2 롯데월드, 하이페리온 등의 유명한 건물 건설현장에 데크플레이트를 공급했다. 신제품 캡데크는 GS건설이 건설 중인 한강센트럴자이 현장에 투입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건설현장에서도 제일테크노스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싱가포르 고층 건축물 가운데 최대 높이로 건설 중인 64층 규모의 ‘탄종파가’ 오피스 복합 빌딩에 적용하고 있다.

나 대표는 “캡데크는 세계 최초로 9m의 장스팬(보와 보 사이 간격)에도 가설지주(동바리) 없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 층간 높이를 최소화했다”라며 “기존 제품보다 공사비는 20~30%, 기간은 30~4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크플레이트 시장은 올 연말을 기점으로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테크노스가 개발한 캡데크
◇장수명 아파트 의무화는 성장 기회

이달 초 국토교통부는 12월25일부터 의무화되는 장수명 주택의 세부 내용을 담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과 ‘장수명 주택 건설·인증 기준’을 마련해 입법예고 한다고 발표했다. 장수명 주택은 내구성이 튼튼하고 공용 배관과 배선의 수선, 내부구조 변경 등이 쉬운 주택을 말한다.

국내 주택 평균 사용연수는 27년에 불과하다. 77년에 달하는 영국과 미국(55년) 등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가족 구성원 수 변화에 따라 내부 평면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도록 짓는 것이 특징이다. 아파트 가변성을 높이려면 많이 쓰이는 벽식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아파트 하중이 내부 벽에 실리면 필요 따라 벽의 위치를 바꿀 수 없다. 따라서 라멘조(기둥식) 구조를 적용해야 한다. 기둥과 보를 통해 하중을 분산하는 라멘조 구조 아파트가 늘면 데크플레이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일테크노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18%를 기록했다. 업계 2위권 규모다. 일체형 데크 플레이트는 5개 생산설비에서 연간 약 630억원 규모의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 데크플레이트 수요 증가 추세에 맞춰 연말까지 2개 설비를 추가로 증설할 계획이다. 별도로 신제품 캡데크 생산설비는 1개로 내년에 1개 설비를 추가로 증설한다. 내년에는 데크플레이트 생산 규모가 약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나 대표는 “데크플레이트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656억원에서 올해 741억원으로 13%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에는 880억원 매출액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률이 높은 신제품 매출은 올해 51억원에서 내년에는 150억원으로 늘면서 이익률 개선도 기대했다.

◇조선부문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성 개선

데크플레이트 부문과 함께 제일테크노스의 또 다른 축인 조선부문의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은 지난해 563억원에서 내년 572억원으로 증가 폭이 크지 않지만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2억원에 불과했던 조선부문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에만 8억원을 기록했다.

조선부문은 대부분 임가공이다. 녹이 발생하기 쉬운 강판을 보호하기 위한 도장 작업을 하기 전에 연마제를 사용해 표면처리를 하거나 조선용 후판을 거래처의 요청대로 절단한다. 현대미포조선, 삼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이 주요 거래처다.

나 대표는 “지난해 5공장 이전으로 고정비가 줄었다”라며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을 통해 조선사업부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선사의 신규 발주와 거래처의 주문 증가를 고려했을 때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외형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일테크노스가 노사화합차원에서 구성한 드래곤보트팀이 ‘제6회 부산광역시장배 드래곤보트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44년 업력을 자랑하는 제일테크노스는 업력 만큼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나 대표는 지난 1991년 1차 부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던 시절을 잊지 못한다. 공장이 경매까지 가는 위기에 모든 임직원은 기술개발, 비용절감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겨우 위기를 넘기고 나니 외환 위기가 찾아왔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쓰러졌지만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은 제일테크노스는 살아 남았다. 제일테크노스의 경쟁력을 논하는 데 빠지지 않는 부분은 노사화합이다. 포항공단 내에서도 유명하다. 정부가 2006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나 대표는 “1989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25년간 노사분규가 없다”라며 “노사화합을 결의한 ‘영구노사평화선포식’을 비롯해 노사한마음 체육대회, 노사 합동 부산드래곤보트 대회 참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뢰를 쌓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사화합과 함께 나 대표의 뚝심도 제일테크노스 성장의 밑거름 가운데 하나다. 나 대표는 “할 때 하는 성격이라 새로 시작하면 집중한다”라며 “골프를 처음 배울 때 하루에 스윙을 800번 한 적도 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데크플레이트 영업을 하기 위해 서울을 자주 갔다”라며 “지금은 서울사무소에서 담당하지만 자리 잡기 전까지 수천번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말했다.

제일테크노스는 2020년 매출 200%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 대표는 매출액 3000억원 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판로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 세월 제일테크노스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주주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주와 직원이 모두 행복한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나주영 대표는

1957년 경상북도 성주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와 경북대를 졸업했다. 지난 1990년 제일테크노스의 전신인 제일중공업에 입사해 1997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을 맡아 대외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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