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은 통신사가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망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인터넷서비스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통신사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 ‘약관만 있으면..보이스톡·카카오톡도 차단 허용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적법한 계약 등 이용자의 동의를 얻을 경우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다’는 항목이다. 트래픽 과부하를 일으켜 망의 안정성을 훼손할 정도의 인터넷서비스가 아니라 해도 약관에 명기하면 이를 언제든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보이스톡 등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나 카카오톡 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약관상 명기돼 있으면 언제든 사용을 제한 할 수 있다. 통신사가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에 따라 차별적으로 mVoIP 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방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또한 평균적인 이용 수준을 넘는 소수의 ‘헤비유저’들에 대한 이용제한을 허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통신사는 트래픽 부하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때 일부 헤비유저들의 동영상 다운로드 등을 제한 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인터넷 검색, 이메일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헤비유저는 KT의 경우 상위 1% 이용자가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이 36%나 된다.
아울러 P2P 서비스 등 특정시간대에 다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러시아워’ 시간대에는 사용을 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통신사의 통신망 관리권한을 폭넓게 인정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P2P 트래픽, 헤비유저도 여러 조건이 부합된 예외적 상황에서만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맘대로 막지 마라”..트래픽 관리정보 공개 의무화
단 지금처럼 통신사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임의대로 트래픽 과부하를 이유로 서비스를 차단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최근 K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가 막대한 트래픽 부담을 유발한다며 서비스 이용을 차단,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방통위는 망에 과부하가 걸릴 경우 관리 대상인 서비스와 상시 관리대상인 서비스를 구분해 적용 조건과 대상, 방식, 영향, 기간 등을 명기한 뒤 사전에 이용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게 홈페이지에 공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헤비유저의 이용을 제한할 때에도 이를 이메일, 문자메시지, 홈페이지 공지 등의 수단을 통해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줘야 한다. 다만 사전에 고지한 내용은 통보 의무가 없다. 예를 들어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는 P2P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사전에 공지했다면 따로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