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女회장님들, 위기 틈타 그룹 지배력 `공고히`

안재만 기자I 2011.10.06 11:50:14

한진해운, 에너지 지분 처분으로 지주사 전환 마무리
현대그룹, 상선의 로지엠 처분덕 출자구조 재편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국내 해운업계를 이끄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업황 부진 속에서도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동시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 마무리, 출자구조 재편 등을 꾀하는 것.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117930)은 최근 진행된 한진에너지의 유상감자에 참여했다. 한진에너지의 유상감자 비율은 최고 50%였지만 최대주주 대한항공(003490)의 불참으로 지분 전량을 처분할 수 있었다. 유입된 현금은 1598억원이다.

한진해운의 한진에너지 처분 목적은 당연히 `현금 확보`다. 하지만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마무리가 그것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한진해운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끝내려면 한진해운홀딩스의 자회사 한진해운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을 실제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리거나 전부 처분해야 했다. 한진에너지 지분율이 14.6%인 탓에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한진해운 입장에선 현금 조달,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란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셈. 한진에너지 출자금이 1500억원이었던만큼 차익도 남길 수 있게 됐다.
 
한진해운의 3~4천억원대 대규모 유상증자 이후 최 회장이 다시 한번 `액션`을 보여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 한진해운홀딩스는 여유자금이 적어 한진해운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투자 여력이 남지 않는 상황.

결국 한진해운홀딩스(000700) 또한 머지 않은 시점에 유상증자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로 한진해운홀딩스가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면 최 회장이 이를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는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이 27.4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 회장(26.49%)측보다 많은 것. 만약 한진해운홀딩스가 유상증자를 결정하면 고유가, 고환율에 신음하는 대한항공이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최 회장이 이 지분을 우호세력에 넘겨 지배권을 공고히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그룹 또한 현대상선(011200)이 보유하던 현대로지엠 주식 134만4314주(7.4%)를 현대글로벌에 처분, 253억원의 현금을 수혈받았다.

이 내부 거래에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지배권 강화 내막이 숨어 있다. 이번 매각으로 현대로지엠 최대주주는 현대상선에서 현대글로벌로 변경되는데 그룹 출자구조 또한 현대글로벌→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으로 바뀐다.

현대글로벌은 현정은 회장이 59.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점에 있는 회사 지분을 충분히 갖고 있는만큼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 현대 모두 남편의 사망 이후 미망인들이 갑작스레 기업을 물려받게 돼 지배권이 확고하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자금 수혈을 계기로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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