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영효 기자] 농협과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사들의 지난해 자산과 순이익이 비과세예금 한도 확대에 힘입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말 현재 농협과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2384개 상호금융회사들의 총자산이 281조2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1.8%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당기순이익도 1조5602억원으로 22.3% 급증했다. 대손상각비가 2860억원 늘었지만 자산증가에 따른 이자이익이 7894억원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상호금융사들의 자산과 순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1월부터 비과세예금의 한도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예탁금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상호금융사들의 예탁금은 227조8000억원으로 1년새 31조원(15.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은 173조9000억원으로 5.3%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예대율(대출/예금)이 83.9%에서 76.5%로 하락했다. 비과세 혜택으로 유치한 예금으로 대출을 늘리는 대신 유가증권 투자 등 다른 곳에서 돈을 굴렸다는 의미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협 등 상호금융사는 비과세예금에 안주하면서 (서민대출을 기피하는) 문제를 일으켰다"며 "비과세 예금을 허용해 준 원래 목적에 맞게 서민대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 금감원은 지난 2월 신협의 회사채 총투자한도를 여유자금의 60% 이내로 제한하는 `여유자금운용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는 서민금융 정책협의회를 통해 상호금융사들이 대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사들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평균 순자본비율은 6.67%로 0.22%포인트 상승했고, 연체율은 3.8%로 전년과 같았다. 다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2%로 0.4%포인트 올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호금융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서민층의 가계소득은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부실채권을 조기정리하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