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경기의 전망에 대해 입장을 밝힌 지난 샌프란시스코 연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내용은 기업의 투자였다.
그린스펀 의장은 당시 "경기사이클의 움직임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기업 실적과 투자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22일(현지시각)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경제침체 국면은 그동안 급격하게 투자감소의 영향이 크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시장관계자들은 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기에서의 경제성장은 단순히 보유하고 있던 재고의 소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에 불과하며 이에 따라 성장을 하더라도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의 스테펀 로치는 "재고 변화를 기준으로 경기의 움직임을 판단하면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경우 막상 수요가 감소한다면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소비수요가 계속 늘어나야하며 동시에 투자 역시 늘어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같은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학자 스테판 오퍼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금의 세계 경제침체는 20세기초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들이 주장했던 경기사이클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퍼즈는 또 "적정 수준을 능가하는 투자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경우 기업이 시장 수요에 자본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투자는 다시 늘어날 수 없다"라며 "경제는 잘못된 투자의 시정이 이뤄지기 전에 다시 회복국면에 진입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 1990년대에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었다. 미국의 경우 1992년 기업투자는 국내총생산에 10%에도 못 미쳤으나 2000년 들어선 그 비율이 13%를 상회했다.
당시 기업들의 투자처는 대부분 정보통신(IT)산업으로 집중됐으며 일부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전세계 정보통신사업 투자 가운데 1조달러는 적정치를 초과하는 투자라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사후 처리에 고심하고 있는 광통신테이블 사업만 보더라도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영국의 광통신장비업체 마르코니의 마이크 파톤은 "우리는 지금 올해 시장이 긍정적인 상태로 움직일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2003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부문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정은 그리 나아보이질 않는다. 기업들의 실적이나 생산설비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먼은 "잠재적인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자본지출과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며 "앞으로 투자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1990년대와 같은 두자리수 증가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