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01일 17시4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대기업이 팔고 사모펀드(PE)가 산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이 국내 인프라 투자시장의 자금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반도체·AI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에너지·인프라 자산을 매각하자, 국내외 PE가 이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보고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PE가 인프라를 인수해 플랫폼으로 만들면, AI 산업 성장으로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추세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정부의 대규모 정책자금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인프라 시장이 새로운 성장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팔고 PE 사고…에너지·인프라 ‘손바뀜’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PE들이 국내 인프라 자산을 인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문회사 'SK호라이즌'의 지분을 각각 29%, 20% 매입한다. 경영권은 SK호라이즌 지분 51%를 보유할 SK텔레콤이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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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재원을 확보할 목적에서 보유 주식 중 일부를 KKR과 IMM 컨소시엄에 장외매각하기로 했다. 주식매매거래 및 신주 인수거래의 총 규모는 3조800억원이다.
SK텔레콤의 주식 처분 금액은 1조8811억원이며, 처분 예정 일자는 내년 3월 4일이다. 내년 1분기 최종 분할과 신설법인 출범을 목표로 정부 인허가와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KKR은 SK디스커버리와 한앤컴퍼니로부터 SK이터닉스 지분 43.10%를 인수하는 거래를 지난 11일 마무리했다. 계약 당시에는 총액이 3479억원이었지만, 주당 가격이 조정되면서 최종 대금이 3500억원대로 늘었다.
SK이터닉스는 국내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료전지 등을 개발·운영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업이다. 지난 2024년 3월 SK디앤디에서 인적분할됐으며 SK디앤디는 부동산 사업을, SK이터닉스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사업을 담당한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 스틱얼터너티브 컨소시엄은 울산GPS와 SK멀티유틸리티(SKMU)의 지분 49%를 인수하는 거래를 지난 6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거래 규모는 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울산GPS는 세계 최초의 기가와트(GW)급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다. 지난 2018년 민간발전사 최초로 석탄에서 천연가스(LNG·LPG)로 연료를 전환했다.
또한 SKMU는 전력과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을 통해 산업단지에 유틸리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다. 산업단지 내 석탄 연료를 LNG로 전환함으로써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선도한다.
이밖에도 아이에스(IS)동서·E&F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은 폐기물 소각업체 코엔텍 경영권을 홍콩계 PEF 운용사 거캐피탈에 매각하는 계약을 작년 12월 체결했다. 작년 9월 진행됐던 본 입찰에는 거캐피탈, 어펄마캐피탈,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했었다.
코엔텍은 울산 지역에 기반을 둔 최대 산업폐기물 소각업체다. 울산 지역의 대형 석유화학 공장, 자동차, 조선소 등을 핵심 고객사로 두고 이들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소각·매립한다. 아이에스동서와 E&F PE는 이 회사를 지난 2020년 공동 인수했었다.
대기업 사업 재편…PE, 인프라 자산 매수 기회
이처럼 PE 자본이 인프라 시장으로 향한 배경에는 '국내 대기업의 사업 재편'이 자리잡고 있다.
대기업들이 반도체·AI 등 성장성 높은 핵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기존에 보유했던 에너지·인프라 자산을 매각하는 '캐피탈 리사이클링'(자본 재활용)에 본격 나서고 있어서다.
금융·투자 분야에서 캐피탈 리사이클링이란 기존 자산이나 기업을 매각(회수)해서 확보한 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새로운 고수익 투자 기회에 다시 투입하는 전략을 뜻한다.
PE들 입장에서는 대기업들의 이같은 행보로 인해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 자산을 비교적 큰 규모로 확보할 기회가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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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흩어져 있는 에너지·인프라 자산을 하나씩 인수한 뒤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것.
예컨대 재생에너지 사업이나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자산을 연이어 사들여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개별 자산의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동시에 여러 자산을 묶어 플랫폼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투자 구조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단순 지분 인수에 그치지 않고 전환우선주(CPS)나 대출, 에쿼티를 결합한 구조 등을 활용해 하방 위험을 낮추면서 조정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전환우선주(CPS)란 배당이나 잔여재산 분배에서 우선권을 가지면서, 투자자가 원할 때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권이 부여된 주식을 말한다. 배당을 보통주보다 먼저 받을 수 있고, 회사가 성장하면 보통주로 전환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회사의 사업 전망이 좋지 않을 때는 우선주 상태로 안정적인 배당을 유지하고, 전망이 좋을 때는 보통주로 전환해 추가 수익을 추구한다.
AI가 전력 먹자…PE의 다음 투자처는 ‘발전소’
PE가 에너지·인프라 시장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AI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률을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3%로 추정했지만, 지난 6월 발표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반영한 후 5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앞서 정부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또한 2030년 데이터센터 재고는 현재의 9배 수준인 18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전력이다. 수도권 전력계통이 포화하면서 지방에서는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결합하는 개발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대표적 사례다.
SK텔레콤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약 7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 40㎿ 규모로 시작해 오는 2029년까지 총 100㎿ 규모로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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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직접 전력을 생산하거나 관리해서 계량기 안쪽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온사이트 발전(On-site Power)이란 전기가 필요한 수요처(데이터센터, 공장 등) 바로 옆이나 현장에 직접 소형 발전 설비를 구축해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처럼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발전소와 LNG 터미널, 재생에너지 등 전력 공급망 전반이 투자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LNG 발전자산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LNG터미널은 TUA(터미널사용계약)와 같은 장기 고정계약 기반으로, LNG발전은 산업단지의 전력 공급망으로 매출 가시성이 높아서 인프라 자산 고유의 속성을 보인다. 최근 LNG 자산에 대한 지분 거래 위주로 PE 진출이 늘어난 이유다.
LNG 발전 원가를 낮추기 위해 기업들이 LNG를 직도입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 5~6배 수준이던 LNG 발전자산의 EV/EBITDA 거래 배수는 기업들의 직도입 확산 이후 10~12배로 상승했다.
EV/EBITDA는 기업의 전체 가치(EV)를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EBITDA)으로 나눈 기업가치 평가 지표다.
“인프라 투자, 성장기”…자산보다 ‘플랫폼’ 주목
재생에너지도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 2027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가 폐지되고 정부 주도의 15년 장기 고정계약 시장으로 일원화되면서 수익 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의무화(RPS)는 500MW 이상의 큰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공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이처럼 재생에너지는 RPS 폐지 및 15년 장기 고정계약 기반의 시장으로 전환해서, 인프라 속성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해상 풍력은 최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시장이 되고 있다.
인프라 시장의 투자 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PE 자본에 정책자금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6년을 '생산적 금융'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75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가동했다. 이 가운데 전력망과 발전, AI 데이터센터 등 실물 인프라에 상당 규모의 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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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공유형 BTO-a는 정부와 민간이 시설 건설·운영에 필요한 최소사업운영비를 보전하고, 손익을 함께 나눠서 사업 위험을 낮추는 민간투자 방식을 말한다.
이에 따라 국내 인프라 시장이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사모 인프라 자산의 비중을 확대할 유인이 있다. 인프라 자산은 안정적 현금흐름과 인플레이션 방어력을 갖춘 데다, 위험조정수익률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정책자금과 PE 자본이 동시에 유입되면서 과거 교통 인프라에 머물렀던 국내 인프라 시장의 투자 영역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시장의 핵심은 단순히 '어떤 인프라 자산을 살 것인가'에서 '어떤 인프라 자산을 묶어 성장시킬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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