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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평 땅 낙찰에도 컨테이너에 집행 불능? 대법 사이다 판결[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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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현 기자I 2025.12.13 14:20:00

■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55)
토지와 건물은 별개... 낙찰자가 마주하는 집행의 벽
3천 평 땅 가로막은 30평 건물... 대법원 “나머지 땅은 돌려줘야”
집행관 설득이 관건... 구조물 성격 따지고 부분 집행 적극 요구해야

[이데일리 성가현 기자] 부동산 경매, 그중에서도 토지 경매는 흙 속의 진주를 찾는 과정과 같다. 권리관계가 복잡한 토지를 저렴하게 낙찰받아 정상화시킬 수 있다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찰의 기쁨도 잠시, 막상 현장에 가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매각물건명세서에 없던 컨테이너나 가건물, 즉 제시 외 건물이 버티고 있는 경우다.

(사진=나노바나나)
최근 대법원에서는 토지 지상에 건물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집행관이 토지 전체에 대한 인도 집행을 거부한 사안에 대해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대법원 2025. 6. 12.자 2025그523 결정). 이 판결을 통해 토지 낙찰자가 겪을 수 있는 강제집행의 장애물과 그 해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민법상 토지와 건물은 별개의 부동산이다. 따라서 토지 낙찰자가 토지에 대한 인도명령(집행권원)을 받았다 해도, 지상에 있는 건물까지 마음대로 철거하거나 인도받을 수는 없다. 건물을 철거하려면 별도의 소송을 통해 건물 철거 및 인도 판결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현장에 있는 구조물이 건물인지, 아니면 단순한 동산(정착물)인지 모호할 때 발생한다. 이동식 화장실이나 컨테이너처럼 토지에서 쉽게 분리할 수 있거나 지붕과 기둥, 주벽이 없는 구조물은 건물이 아닌 동산에 불과하다. 이 경우 집행관은 이를 제거하고 토지를 인도해야 한다. 반면, 토지에 단단히 정착되어 있고 지붕과 주벽을 갖춘 구조물은 독립된 건물로 보아 토지 인도 집행권원만으로는 손을 댈 수 없다.

이번 대법원 사건의 사실관계는 이렇다. 낙찰자들은 약 3000평(9,816㎡)에 달하는 묘지 용지를 경매로 취득했다. 그 후 점유자를 상대로 토지 인도명령을 받아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그런데 집행관은 현장에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관리사무소와 이동식 화장실 등이 있다는 이유로 집행 불능 처리를 했다. “이동할 수 없는 건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 결정을 파기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현장 구조물 중 이동식 화장실이나 휴게실 등은 토지로부터 쉽게 분리가 가능한 동산이므로, 이는 집행관이 제거하고 토지를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

둘째, 관리사무소(약 100㎡)가 설령 독립된 건물에 해당하여 그 부분에 대한 집행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나머지 광활한 토지까지 집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건물의 용도에 따라 현상 유지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범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인도 집행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채권자가 “전부 아니면 집행을 원하지 않는다”는 특별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한, 집행관은 집행이 가능한 나머지 토지 부분에 대해서는 마땅히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경매 낙찰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장 집행관들은 추후 법적 분쟁을 우려하여 현장에 작은 구조물이라도 있으면 소극적으로 집행 불능 처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 3,000평 땅에 고작 30평 남짓한 건물이 있다고 해서 전체 땅을 돌려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토지 낙찰 후 인도 집행 과정에서 제시 외 건물이 발견된다면 다음 두 가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첫째, 구조물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해당 구조물이 법률상 건물 요건을 갖추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단순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등은 동산으로 취급되어 제거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집행관에게 적극 피력해야 한다. 둘째, 부분 집행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철거할 수 없는 견고한 건물이 있더라도, 그 건물이 차지하는 부지와 필수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는 즉시 인도를 요구해야 한다. 낙찰자는 “건물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만이라도 인도받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

권리는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집행관의 “집행 불가” 통보에 좌절하지 말고, 대법원의 법리를 근거로 내 땅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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