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황색포도알균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 지질 조성을 바꾸고, 피부 장벽의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직접 원인’으로 밝혀졌다.
삼성서울병원(원장 박승우) 소아청소년과 안강모·김지현 교수, 미국 내셔널 주이시 헬스 병원(National Jewish Health) 도널드 륭·엘레나 골레바 교수, 김병의 박사 공동 연구팀은 아토피피부염에서 황색포도알균의 작용 기전을 규명해 유럽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회(European Academy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공식 학술지 ‘알레르기(Allergy)’ 최근호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알레르기誌에서 ‘편집자 추천(Editor’s Pick)‘ 논문으로 소개될 만큼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에는 정상인과 달리 황색포도알균이 흔히 분포하고, 이로 인해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중증도를 높인다. 가려움, 진물과 같은 증상을 유발해 수면 장애를 일으킴으로써 삶의 질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알레르기행진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황색포도알균이 초항원, 다양한 독소물질 및 지질 단백질을 분비하여 피부 염증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황색포도알균이 피부의 지질 조성을 바꿈으로써 피부 장벽 기능을 더욱 약화시킨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결국 황색포도알균이 피부에 한 번 침투하면, 피부 보호막을 계속 무너뜨려 침투가 더욱 용이하게 황색포도알균 스스로 ’악순환의 반복‘을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연구팀은 소아 아토피피부염 환자 24명과 정상인 소아 대조군 16명에서 테이프를 이용한 피부 수집(skin tape stripping) 방법으로 피부 지질의 조성을 분석하고, 황색포도알균의 존재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황색포도알균이 검출된 아토피피부염 병변에서는 중증도가 심하고 경피수분손실이 높아서 피부는 더욱 건조해지고, 피부장벽기능이 약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병변에서의 피부 지질의 조성을 보면 피부장벽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긴사슬 지방산의 비율이 작아지고, 상대적으로 피부장벽기능 유지에 불리한 짧은사슬 지방산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3차원 세포배양시스템을 통한 세포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항생제에 민감한 황색포도상구균 (MSSA) 는 피부각질세포로부터 TNF-알파(TNF-α), 인터루킨-1베타(IL-1β) 와 같은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유도하여 긴사슬 지방산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인 ELOVL3의 발현을 억제함을 관찰하였다.
흥미롭게도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 (MRSA) 는 피부각질세포로부터 추가적으로 인터루킨-6(IL-6), 인터루킨-33(IL-33) 와 같은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유도하여 긴사슬 지방산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인 ELOVL4의 발현도 추가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황색포도알균은 피부장벽기능과 관련이 있는 지방산의 탄소 사슬 길이를 감소시키는 형태로 피부 지질 조성의 변화를 일으키고, 피부 장벽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었으며 이러한 현상은 항생제 내성균에서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던 셈이다.
연구팀은 “황색포도알균이 이미 알려진 것처럼 피부 염증을 악화시켜서 피부장벽 약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도 피부장벽의 지질 조성 변화와 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있음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아토피피부염이 심할수록 황색포도알구균의 군집이 더욱 많아지므로, 앞으로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피부 위생 관리와 함께 미세먼지와 같은 악화요인 회피, 적절한 항염증 치료를 통해 황색포도상구균, 특히 ’항생제 내성균‘의 군집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용역사업을 통해 연구비를 지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