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소아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 생물학적 주사제 중단 후 재발을 예측하는 지표가 발표 돼 약물 중단 기준 설정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소아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전체 환자 중 약 25%가 20세 이전 소아청소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염증성 장질환을 말한다. 이 질환은 재발 우려가 큰 탓에 쉽사리 치료약 투여를 중단하기 어렵고 복용 기간이 길수록 약물 특성상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커 언제 끊어야 할지 몰라 환자와 보호자를 애태우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원장 박승우) 소아청소년과 김미진·최연호 교수팀은 최근 소아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에서 생물학 제제를 초기부터 충분한 기간 사용 후 단약 했을 때 점막치유를 이룬 관해에 들어간 환자에서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단핵구 비율이 병의 재발에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핵구는 염증성 장질환의 면역 반응에서 상부의 염증 과정에 관여한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깊은 관해(deep remission)를 확인하고 생물학 제제를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는데, 이번 연구는 생물학 제제 중단 후 재발을 경험한 환자에서 단핵구 비율이 ‘재발 예측 인자’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2003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염증성 장 질환으로 진단받은 소아환자(<19세(이하)) 727명을 대상으로 생물학 제제 중단 후 재발군과 재발하지 않은 군으로 나누고 생물학 제제 중단 당시의 임상적 특징, 단핵구, 질병 활성도 등을 평가했다.
생물학 제제 중단 당시 단핵구의 비율, 절대 단핵구수, 단핵구/다형성백혈구(PMN) 비율이 재발한 환자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다변량 분석 결과, 단핵구 백분율과 단핵구/다형성백혈구(PMN) 비율이 재발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단약 당시 혈액 내 단핵구 비율이 8.15%를 초과하는 것은 환자의 증상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단약 6개월 이내에 재발할 확률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물학 제제 중단 후 단핵구 비율이 재발의 예측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연구팀은 이미 지난 2018년에 생물학 제제인 ‘인플릭시맵의 혈중 농도가 낮을수록 단약 후 재발이 낮다’는 것을 보고한 바 있고 이후에도 꾸준히 단약을 위한 기준 설정 연구를 계속하여 이번에 쾌거를 이루게 됐다.
김미진 교수는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중증도 이상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초기부터 톱-다운 치료 전략을 사용하여 빠르게 깊은 관해 상태에 도달한 뒤 단약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가까운 미래에 완치에 도전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 위한 일환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