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을 수행하는 368개 공공기관이 대형 정치 이벤트에 흔들리고 있다. 현 정부가 당장 인사를 하든, 차기 정부로 미루든 새 정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선 때마다 이어지는 `알박기`,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이제라도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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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과 각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368개 공공기관 기관장 임기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 한 해 전체 4분의 1을 웃도는 총 96곳의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이미 교체한 곳 27곳을 빼고도 70곳이 더 남았다.
이 중 최대 쟁점은 현재 공석이거나 새 정부 출범 전 임기가 끝나는 27곳으로, 문 정부는 당연한 인사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인수위 측은 현 정부가 최근 부적격자를 알박기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현 시점에선 인사를 강행해도, 공백 상태로 둬도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권 말 기관장 낙하산 인사도 문제지만 현 정부가 다음 정부로 인사권을 넘겨도 기관장 공백이 길어져서 문제”라며 “기관장을 새로 뽑는 절차가 통상 4~5개월씩 걸리는 만큼 연말까지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도 좌불안석이다. 3월 대선과 5월 정권 교체에 이어 6월 지방선거까지 대형 정치 이벤트가 잇따르기 때문. 선거 때면 예외 없이 평균 연봉 1억7998만원(2020년 말 기준)에 이르는 300여 기관장 자리를 둘러싼 낙하산 논란이 일었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번엔 언제 어떤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까 자조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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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현·차기 정부가 협의해 잘 조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건 새 대통령 취임 때 국정 철학을 같이 하는 기관장이 함께 오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기관장도 정부의 공과를 평가받고 일부 책임진다는 전제로 미국처럼 새 대통령이 공공기관장 일부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