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뉴스속보팀]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미국 본토에서도 테러 우려가 커지면서 미 정부와 의회가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VWP는 특정 국가의 국민이 관광이나 업무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 90일까지 무비자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유럽 30개국과 한국 등 총 38개국이 가입돼 있다.
공화·민주 양당은 VWP를 통한 미국 방문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어 테러 위험성을 줄이는 새 법안을 초당적 합의 하에 마련, 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 법안은 VWP 가입 38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입국자 가운데 테러리스트의 근거지 국가를 최근에 방문한 경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훨씬 더 엄격한 조회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라크나 시리아, 이란, 수단 등을 방문한 사람은 비자를 받아야만 미국에 들어갈 수 있다.
법안은 특히 내년 4월1일부터 지문 등 생체정보가 담긴 칩이 내장된 위조방지용 전자여권 사용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VWP 가입 38개국에 대해서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범죄기록 조회 등을 통해 여행객들의 신상조회를 더욱 철저히 하도록 못박았다.
아울러 미국과 38개 국가 간의 대(對)테러 정보 공유를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기준에 미달하는 국가는 VWP 자격을 박탈하도록 했다.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캔더스 밀러(공화·미시간) 의원은 “테러리스트 입장에서는 여권 등 여행 관련 서류가 무기만큼 중요한 것”이라면서 “비자면제프로그램 상의 취약점을 비롯해 테러리스트들이 미 본토에서 테러를 자행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그 어떤 허점도 미리 철저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원은 내주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으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지지하고 있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은 시리아에 다녀온 유럽 출신 전사가 VWP로 미국에 들어올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라며 새 법안은 VWP 가입국 다수를 이루는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테러 정보 공유 강화’ 요구도 유럽 국가들에겐 부담이 될 전망이다.
FT는 “유럽의회가 미국과 항공기 탑승자 명단 등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자꾸 장벽을 치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VWP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케빈 매카시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서구 여권 소지자 5천 명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여행했다. 여기에 맞서려면 새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해 FT의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주무 부처인 국토안보부와 국무부에 이 프로그램에 따른 입국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60일 이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국토안보부와 국무부는 이 프로그램에 근거해 입국하는 외국인의 신원조회를 대폭 강화할 방침으로, 특히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로 간주되는 국가들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당시 “항공기 탑승객에 대한 사전 검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는 미국으로 직항하는 비행기가 출발하는 외국 공항에 미국 세관팀을 파견하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