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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사랑한 그녀 엘리자베스 여왕…최장 통치 기록

권소현 기자I 2015.09.09 10:10:40

9일로 63년7개월2일 기록
고조모 빅토리아 여왕의 최장 통치 경신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영국 군주 중 최장 통치기록을 경신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9일(현지시간) 오후 5시30분(한국 시간 10일 새벽 1시30분)이면 통치기간 63년7개월2일(2만3226일 16시간 30분)을 넘어서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의 최장 통치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빅토리아 여왕은 18세에 왕위에 올라 81세까지 통치하다 서거했다. 올해로 89세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전 세계 최고령 군주이기도 하다.

태어날 때부터 여왕이 될 운명이었던 것은 아니다. 1926년 큰 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인 이혼녀인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하면서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가 왕위를 물려받았고, 당시 생후 325일이었던 그녀가 졸지에 왕위 계승 1순위에 오른 것이다. 1952년 조지 6세가 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왕좌를 물려받았다.

13살때 다트머스 해군대학 사관후보생이었던 그리스 왕자 필립공과 사랑에 빠진 여왕은 1947년 결혼에 골인한다. 슬하에 찰스 왕자와 앤 공주, 앤드루와 에드워드 왕자까지 총 4명의 자녀를 뒀다. 공주 시절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육군 중위로 참전했고 19992년 버크셔주 윈저성 대화재 당시에는 왕실의 면세특권을 포기하는 등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면서 영국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찰스 왕자와 앤 공주, 앤드루 왕자가 잇달아 이혼하면서 마음고생을 했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당시 “이혼한 이상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는 냉랭한 반응을 보여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진중하면서도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스타일로 영국 왕실의 존엄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최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가장 위대한 영국 여왕’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7%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영국 브랜드 평가 컨설팅 업체 브랜드파이낸스는 기업으로 따졌을 때 영국 왕실이 지닌 가치가 567억 파운드(약 10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왕의 재임 기간 동안 12명의 총리가 거쳐갔고 이중 마가릿 대처 수상을 가장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특별한 기념식 없이 조용히 보낼 예정이다. 현재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발로말 성에 머물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스코틀랜드의 증기 열차 개통식에 참석해 시승하고 저녁에는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1947년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결혼식


△최근의 엘리자베스 여왕. 고조모 빅토리아 여왕이 검은색 의상을 주로 입었던 반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파스텔 계통의 의상을 즐겨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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