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4년째다. 적지 않은 시간에 대해 거창한 정의가 있을 법 한데, 의외로 담담하다.
"채권과의 인연이요?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맡은 업무가 채권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했을 뿐인데, 지금까지 쭉 하고 있습니다"
손경수 동양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사진)은 업계에서 인정받는 `채권통`이다. 1988년 채권 직접투자업무로 증권업계에 발을 디뎠고, 15년 전부터는 채권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냥 그렇게 시작했을 뿐이라더니 막상 채권 얘기가 본격적으로 오고가자 몸을 당겨 앉는다.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했다.
계열사 덕을 많이 봤다. 업계 최초로 지점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채권을 팔기 시작한 곳이 동양종금증권이다. 수익률이 좋아 입소문을 탔고 채권 명가로 입지를 굳혔다.
동양생명도 한 몫 톡톡히 했다. 현재 동양자산운용의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4조원 정도. 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이 중에 2조원 가량이 동양생명 수탁고다.
최근 몇년간 수익률도 우수하다. 대표펀드인 하이플러스(회사채)펀드는 최근 1년 6%, 2년 15.9% 수익을 냈다. 3년 수익률은 24.4%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3.3%를 훨씬 웃돈다.
좋은 성과가 알려지면서 `동양=채권` 인지도를 확고하게 하고 있다. 이를테면 옆에서 도움도 컸고, 스스로도 잘하면서 만족스러운 시너지가 난 셈이다.
사실 채권은 개인이 접근하기에 쉽지 않은 상품이다. 변동성이 크지 않아 안정적이지만 기대 수익이 너무 낮다. 투자금액이 작을수록 체감 수익은 더 낮다. 이 때문에 거액 자산가가 크게 넣어두고 이자를 받는 수단 정도로만 인식돼 왔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국이 금리를 사상 최저로 끌어내리고 무작정 돈을 풀면서 금리가 쉼없이 내리고 또 내렸다. 채권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늘어나면서 개인의 관심이 높아졌다.
투자 방식도 진화했다. 지난 10년간 주식시장에서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문화가 확산됐다면, 채권에서는 직접 투자 비중이 높아졌다. 개인이나 일반 법인이 증권사 직접 판매를 통해 투자한 채권은 작년에만 20조원에 달한다. 주식에 밀려 설움받던 채권이 투자자산의 하나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채권통` 손 본부장이 제시하는 투자전략은 어떨까. 그는 일단 투자자금의 성격을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기간을 얼마로 잡고 투자할 것이냐를 따져보라는 말이다.
단기간 굴려야 하는 돈이라면 CMA나 MMF, RP가 맞겠지만, 몇개월에서 1~2년 정도를 잡고 있다면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더 좋은 채권이 낫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채나 관련 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경기회복 초기에는 회사채 가격이 상당히 낮아 저가에 사서 보유할 만 하다"며 "주식과 채권의 중간쯤 된다고 보면 되는데, 연이율 두 자릿 수는 거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일반 회사채에 비해 위험이 높은 하이일드채권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하이일드채권은 특히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좋았지만 지금은 한발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채권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줄기차게 내렸던 금리가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제는 위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글로벌 유수 펀드들이 채권에서 나와 주식으로 가고 있다. 채권은 다시 외면받는 시대가 오는 걸까.
그는 "재테크는 `러시안 룰렛`이 아니다"라며 "올해 채권이 수익을 못 낸다고 해도 중장기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빼버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언제 어디서 리스크가 불거질지 모르는 만큼 일정한 배분 원칙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늘리고 줄이는 전략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공모형 채권펀드를 더욱 대중화하고 높은 수익을 내는게 올해 목표"라며 "투자자 현금흐름에 맞추는 월지급식 상품, 채권과 다른 상품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상품 등 선택의 폭을 늘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